오랜만에 밟은 한국 땅. 세라(가명) 씨는 17년 전 갑작스레 실종돼 사망한 채 발견된 엄마의 죽음에 얽힌 의문을 풀고 싶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찾아왔다. 당시 열한 살이던 소녀는 어느새 훌쩍 자라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어엿한 성인이 됐다.
"한 번도 웃은 적 없어요, 제 꿈에 나와서…. 한 번도 웃거나 저한테 다정하게 말한 적 없어요. 계속 이렇게 슬픈 얼굴로 울고 있어요." - 세라 씨 인터뷰 중
세라 씨의 어머니가 홀연히 사라진 때는 지난 1999년 10월 9일. 어머니 박 씨는 퇴근 후 친정엄마, 어린 아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중이었고 딸 세라 씨는 TV를 보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날이었다. 가족의 평화로운 시간을 깨트린 것은 식사 중 걸려온 한통의 전화였다.
"제 딸이 하는 얘기로는 '지금 시간에는 택시도 없고, 버스도 없어서 나갈 수가 없다'는 말을 했고 '태우러 오면 나갈 수 있다. 세라 아빠 사무실 앞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 피해자 친어머니 진정서 중
이 전화를 끝으로 엄마는 밤길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이것이 세라 씨와 가족들이 기억하는 어머니 박 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엄마가 나갈 때마다 울고불고 하면서 나가지 말라고 했었는데…. 있잖아요, 그날따라 엄마 가는 데 뒤도 안 돌아본 거예요. 그날 따라 제가 가지 말라고 안 해가지고…." - 딸 세라 씨 인터뷰 중
사건 당시 세라 씨의 아버지는 집 근처 5분 거리에서 화물차 운전기사 소개소를 운영 중이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통화 내용으로 추측해 볼 때 발신자는 분명 세라 씨의 부모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가족들이 당시 들었던 통화내용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하던 경찰은 마지막 통화의 발신자가 화물차 기사 탁종우(가명) 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문제 때문에도 경찰서에서 아마 여러 번 수사를 하고 했어요. 그런데 나도 그 통화했다는, 그걸로 처음에 경찰서 붙들려 가 갖고 다 진술했는데…. 그 후로는 나하고는 더 이상 경찰서도 묻지도 않았고 오라 소리도 안했고…." - 당시 화물차 운전기사 탁종우 씨 인터뷰 중
당시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은 여러 명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단 한 명에게서도 특별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또 다른 화물차 기사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내용은 전혀 뜻밖이었다.
"사실은 이제 나름대로 조금 놀랐던 게 강순배(가명)가 누나를 좋아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이렇게 감금을 시켜서… 감금돼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 세라 씨 외삼촌 박경수(가명) 씨 인터뷰 중
당시 엄마의 휴대전화 통신내역을 확인해 달라는 가족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마지막 발신자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놨다. 베일에 가려진 마지막 발신자. 그는 누구인가.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7년 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홀연히 사라진 엄마의 죽음을 둘러싼 풀리지 않는 의문을 딸 세라 씨와 함께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