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모야모야병 여대생 어머니
한 달 전 길에서 강도를 만난 여대생이 뛰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도망쳐서 집까지 도착하긴 했지만 이 여대생은 의식불명에 빠집니다. 모야모야병이라는 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 모야모야병 환자가 달리게 되면 호흡이 가빠지고 혈관이 좁아지면서 결국 의식을 잃게 되는 건데요. 그렇게 한 달간 사경을 헤매던 그 여학생이 드디어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참, 많은 국민들이 걱정을 했던 만큼 지금 기쁨도 큽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그 모야모야병 여대생의 어머니 직접 만나보죠. 어머니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얼마나 기쁘세요?
◆ 어머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정말 기쁩니다.
◇ 김현정> 딸이 어느 정도로 호전이 된 겁니까?
◆ 어머니> 저희가 봤을 때는 듣는 거는, 듣는 건 확실하게 들어요. 알아듣고 '엄마 목소리 듣고 눈 깜빡거려 봐.' 그러면 눈으로 해서 의사표현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 전에는 아예 의식도 없던 상태에서 이제는 눈도 깜빡이고 듣기도 하고 이 정도가 된 거에요?
◆ 어머니> 네. 그렇죠.
◇ 김현정> 세상에, 아이고. 딸이 사고 당하던 그날이 지금도 생생하시죠?
◆ 어머니> 네….
◇ 김현정> 그러니까 밤 늦게까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던 길이었어요. 무슨 식당이었습니까?
◆ 어머니> 해물탕 전문점이라고.
◇ 김현정> 해물탕. 해물탕 전문점에서 서빙을 한 거에요?
◆ 어머니> 네.
◇ 김현정> 그리고 집에가는 길에 강도를 길에서 만났고 강도가 뒤에다 흉기를 들이대니까 이제 그때부터 전속력으로, 죽을 힘을 다해서 뛰기 시작한 거죠?
◆ 어머니> 네.
◇ 김현정> 모야모야병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던 겁니까?
◆ 어머니> 예. 몰랐어요.
◇ 김현정> 그런데 뛰어들어온 딸, 그때 모습이 어땠습니까?
◆ 어머니> 들어오자마자 뭐랄까, 말을 거의 못하면서 '엄마. 강도, 칼, 칼' 하면서 이렇게 손으로 목을 가리키면서 '강도, 칼, 칼' 이렇게 하는 거에요. 무슨 소리냐고 자세히 얘기를 해 보라고 하니까 자세히 얘기도 못하는 거죠.
◇ 김현정> 너무 숨이 차서?
◆ 어머니> 예. 그래서 일단 제가 112에 신고를 했어요. 얘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거에요. 그랬는데 손이 좀 꼬인다고 해야 하나요? 눈도 좀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엄청 놀랐죠.
◇ 김현정> 손이 약간 오그라들듯이 경직되면서…?
◆ 어머니> 네. 경직되면서. 그렇게 해서 응급실에 갔어요.
◇ 김현정> 그게 그러니까 의식 잃기 전에 마지막이었던 거군요.
◆ 어머니> 네.
◇ 김현정> 세상에. 얼마나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셨을까요.
◆ 어머니> 말로는…. 표현이 안 되죠.
◇ 김현정> 멀쩡하던 딸이 그렇게 쓰러져서 그 길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한 달….
◆ 어머니> 병원에 갔을 때 모야모야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정신이 저도 혼미하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어머니> 엄청나게 안 좋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뭐, 가망이 없다는 얘기, 수술을 해도 안 좋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 김현정> 가망이 없다고 얘기를 할 정도로 안 좋다고?
◆ 어머니> 그렇게 제가 그걸 듣다가 쓰러져서 기절을 해서 못 들었는데, 무척 충격을 받은 거죠.
◇ 김현정> 왜 안 그러셨겠습니까? 멀쩡하던 딸이 대학생 딸이 어느 날 강도 피해서 돌아오다가 쓰러져서 그 길로 가망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리까지 들으셨으니.
◆ 어머니> 그랬죠. 그때는 엄청 안 좋더라고 그러셨고 수술을 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셨죠.
◇ 김현정> 참, 그 문제의 강도 피해자, 이 상황을 만든 강도피의자 개그맨이라고 하죠. 개그맨 Y 씨 지금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자기 무죄라고 주장을 한답니다. 그 얘기 들으셨어요?
◆ 어머니>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죠. 만약에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저희 아이가 지금 이렇게 되지도 않았잖아요. 저희도 얘기를 듣고 욕을 했는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 한 달 동안 참, 이렇게 못 깨어나면 어떻게 하나 다시 못 보면 어떡하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셨을 텐데 그러다가 한 달 만에 의식이 회복됐을 때 아이고, 그때 그때는 진짜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 어머니> 그때 정말 제가 그랬거든요. 저희 신랑이랑 많은 건 바라지 말고 정말 깨어나서 엄마, 아빠만 알아볼 수만 있다면, 알아볼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진짜 그렇게 간절히 바랐었는데…. '엄마 목소리 들리면 눈 깜빡거려' 했는데 깜빡하더라고요. 그랬을 때 정말 '하나님 감사합니다. 주위분들 너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생각이 막 드는 거에요. 간절히 원하면 이런 것도 있구나 싶고, 깨어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얘기를 하셨거든요.
◆ 어머니> 그렇게 선생님께서도 얘기를 하셨고 처음에는 되게 힘들다고 얘기를 하셔서요.
◇ 김현정> 그러던 딸이 귀도 들리고 눈도 깜빡하려고 하니까 제가 다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래요.
◆ 어머니> 진짜 너무 감사해요. 아까도 제가 아이를 보고 와서 좀 울었는데요. 딸한테 그랬거든요. 엄마도 미안하다고.
◇ 김현정> 뭐가 미안하세요?
◆ 어머니> 그날 제가 마중을 나갔어야하는데….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이런 얘기를 제가 해요. 제가 아르바이트 시킨 것도 그렇고 계속 가슴이 아팠고 되게 많이 울었어요. 계속 울었어요. 지금도 그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오는 거에요. 죄책감이 들어서요.
◇ 김현정> 어머님, 어머님 탓이 아닙니다. 어머님 탓이 아니니까 죄책감 느끼지 마시고요. 저는 지금 들으면서 어떤 딸이었을까 식당에서 밤 늦게까지 아르바이트 했던 걸 보면 해물탕집에서 열심히 그 어려운 서빙했던 걸 보면 대충 짐작은 갑니다만 참 예쁜 딸이었을 것 같아요.
◆ 어머니> 저희 딸이 보면 학교 다닐 때도 유명한 학생들 입는 점퍼나 옷을 사달라든지 신발을 사달라든지 (그런 게 없었어요).
◇ 김현정> 브랜드옷 사달라 그런 것 없고?
◆ 어머니> 네. 그런 건 떼 쓴 적이 한 번도 없고요. 그래서 제가 없어서 엄마가 하나 사줄까 그러면 그런 거 비싼 걸 뭘 입고 다니냐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요리라든지 이런 걸 하고 싶다고 해서 학교를 끝나고 학원을 다녔어요.
◇ 김현정> 요리학원을 다니고. 그러면 꿈은 요리사에요?
◆ 어머니> 요리사인데 파티셰도 되고 싶다고 그래서 일단은 제과제빵을 따고 양식 같은 것도 따고 그리고 대학을 가게 된 거죠.
◇ 김현정> 세상에, 정말 열심히 사는 학생이었네요.
◆ 어머니> 네.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되게 기특해요. 그래서 엄마 등록금도 비싸고 하니까 내가 용돈이라든지 교통비라도 자기가 벌어서 쓴다고 그래서 그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거거든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엄마, 학비도 비싼데 용돈 내가 벌어 쓸게요. 하면서 그때까지 그 해물탕집 아르바이트를. 딸이 아주 예쁜 딸이네요. 예쁜 딸. 돈 얘기가 나와서 그렇습니다마는 병원비는 어떻게 괜찮으시겠어요?
◆ 어머니> 검찰 법무관이 직접 전화를 하셔서 병원비 부분은 일단 해 주고, 선생님께서도 저희 딸이 옛날처럼 정상인과 똑같이 생활을 하기는 좀 어렵다는 얘기를, 거의 힘들지 않을까 이렇게 얘기를 하셨어요. 그런 건 조금 마음이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요, 그럼요. 정말 온 국민이 이 사건에 대해서 관심 가져주고 딸을 응원해 주고 이거 알고 계시죠?
◆ 어머니> 네. 많이 도움도 주신 분도 계시고요. 개인적으로도 조금이라도 성금을 보내주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아직까지는 저희 주위에 따뜻한 분이 많구나라는 걸 이번 기회에 제가 느꼈어요. 너무 감사한 마음이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 김현정> 이렇게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으니까 딸이 분명히 털고 일어날 거라고 저는 믿고요. 딸이 건강 되찾으면 뭘 좀 같이 해 보고 싶으세요?
◆ 어머니> 저희는 더 많이 안아주고, 이렇게 아기 때 해 줬던 그런 표현을 다시 한 번 해 주고 싶고요. 같이…. 걔가 곱창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제가 곱창을 못 먹는데 데리고 다니면서 곱창도 같이 먹어주고 이런 걸 해 주고 싶어요.
◇ 김현정> 같이 곱창 먹으러 가고 싶다, 딸아, 빨리 일어나라. 그런 거군요?
◆ 어머니> 곱창 얘기를 하면 약간 눈이 똥그래지면서 그런 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직까지는 그런 걸, 곱창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제 생각이기는 하지만.
◇ 김현정>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서 엄마 손 잡고 아빠 손 잡고 곱창 먹으러 가기를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 어머니> 감사합니다.
◇ 김현정> 기운내시고요. 고맙습니다.
◆ 어머니> 감사합니다.
◇ 김현정> 모야모야병 여대생, 정말 많은 국민들이 관심 갖고 성원했던 그 여대생 의식이 깨어났답니다. 오늘 어머님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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