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 손예진 "여우주연상 수상? 욕심은 절대 금물"

[노컷 인터뷰 ①] "연기 지겨울 때 있어…매너리즘 극복 어렵다"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연홍 역을 연기한 배우 손예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클래식'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리던 청춘은 이제 어머니가 됐다.

세월은 흘렀어도 배우 손예진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에게 외적인 아름다움과 연기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비밀은 없다'는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손예진을 위한 영화다.


"연기를 계속하면 스스로 지겨울 때가 있어요. 캐릭터를 만들고 접근해 가는 방식이 익숙해지거든요. 그걸 깨고, 극복하는 게 점점 어려워져요. 그런 지점에서 '비밀은 없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모든 게 새로웠어요. 물론, 소재 자체는 기존에 봐왔던 소재일 수도 있지만 이런 색감의 영화는 처음이었거든요."

손예진은 실종된 딸을 찾는 어머니 연홍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극 중 연홍은 일반적인 따뜻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에게 이경민 감독과의 작업은 낯설어서 더욱 즐거웠다.

"영화가 좀 생소할 수도 있고, 낯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일 들었어요. 굉장히 독특하고 특별한 지점이 있더라고요. 하나의 진실을 파헤치고 알아가는 기존의 영화들은 여기에서 보여주고, 다음 장면에 터뜨리자, 이런 계산을 하는데 상당히 달랐어요. 감독님의 색으로 융합 됐을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었죠."

우울한 스릴러일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영화는 환상적이고 유쾌하다가도 순식간에 거친 질감으로 변한다. 전형성을 탈피한 영화처럼 손예진의 연기 또한 그랬다.

"저도 연기를 해왔지만 전형성을 탈피한다는 게 정말 힘들어요. 슬프면 울어야 하고, 결국 얼마나 감정을 많이 끌어 올려서 우느냐가 중요하단 말이죠. 그런데 감독님은 어떻게 우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웃을 수도 있고, 표현이 다르게 되더라고요. 감독님 식의 화법인 것 같아요."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연홍 역을 연기한 배우 손예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부인을 꿈꾸는 연홍은 딸의 실종을 마주하고 절망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딸을 되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노력 가운데 딸의 실체를 알아가지만 그 모습이 다소 뒤틀린 '집착'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전형적인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아니에요.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는 의문은 있었어요. 사랑하는데 왜 집착하는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 지점이 있죠. 그런데 빠져서 연기를 하다 보니 더한 것도 하겠더라고요. 모성은 결국 본능인 거고, 연홍은 자신이 몰랐던 딸을 알아가면서 애증과 분노에 빠지게 되죠. 상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자식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의 몰랐던 지점을 알아간다면…. 복합적인 감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연홍 역에 몰입하기 위해 현장에서는 음악을 즐겨 들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연주한 동요 '섬집 아기'가 바로 그 주인공.

"연기할 때 감정을 잡아야 하니까 항상 음악이 필요해요. 영화에 맞는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을 잡는데 이번에는 그 곡이었어요. 슬프면서도 찌릿한 선율과 날카로움이 연홍의 심리와 잘 어울리더라고요."

손예진의 수상 이력은 화려하다. 지난 2008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로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영화 '해적'으로 대종상영화제에서 또 한 번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때로 배우들에게 외모는 연기력을 가리는 그림자가 되기도 하지만 손예진은 손쉽게 이를 뛰어 넘었다. '비밀은 없다'에서도 그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눈 앞에 내놨다.

"이번 영화로 상을 받고 싶냐고요? 일단 상은 정말로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시험을 빵점 맞고 밖에는 비가 오는 거죠. 우산도 없이 추적추적 걸어서 집에 갔는데 맛있는 음식이 있고, '고생했다'고 해주는 거거든요. 처음에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여우주연상을 받는 게 꿈이었는데 하면 할수록 절대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그건 욕심내면 안되는 것 같아요. 괜히 실망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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