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김 감독은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구장에 왔다. 15분쯤 걸리는 동안 김 감독은 택시 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일단 기사는 김 감독의 행선지가 야구장인 것을 듣더니 "오늘 야구해요?"라고 물었다. 이어 "어제 졌는데 오늘은 이겨야죠"라고 SK의 승리를 응원했다. 전날 한화는 SK에 13-2 대승을 거뒀다.
물론 인천 택시 기사가 연고팀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승객이 한화 사령탑이라면 실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김 감독은 이날 구단 모자와 선수단 복장을 하고 택시에 탄 터였다.
택시 기사가 김 감독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김 감독은 "(내가 김성근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고 해서 난감하더라"면서 "그래서 모자를 벗었더니 기사가 보더니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더라"며 웃었다. 심지어 하차한 장소 바로 옆에 한화 구단 버스가 있는데도 몰라보더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인물이다. '야신'으로 불린 김 감독은 특히 SK 시절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이끄는 등 인천 야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런 김 감독을 인천 택시 기사가 몰라본 것이다. 김 감독은 "기사가 야구 얘기를 하는데 야구는 잘 모르는 것 같더라"면서 "인천 야구가 재미있을 때는 삼미 시절이라고 하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백미는 삼미를 좋아한다던 이 기사가 정작 인천 출신이 아니라는 것. 김 감독은 "기사가 천안 출신이라고 하더라"면서 "아버지가 70살이라는데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지으라고 한다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의 아들 뻘 되는 셈이다.
이에 취재진이 "야구를 더 잘 하셔서 그 기사도 알게끔 해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김 감독은 "기자들이 더 크게 기사를 실어야 할 것 같다"고 받아쳤다. 김 감독이 심기일전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