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셀프감금' 결론…동아·중앙에 없는 이유

국정원 전 직원 김하영씨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댓글 공작에 나섰던 국가정보원 전 직원 김하영씨가 감금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금한 것이라는 6일 법원 판결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김씨를 비롯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댓글로 인터넷 여론을 움직인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당시 박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국정원의 '감금 주장' 역시 그들만의 주장인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야당이 20대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다며 당시 문재인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인 바 있다.

지난 대선의 핵심 변수가 됐던 이번 사건을 두고 법원이 결론을 내린 것인데, 7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 기사를 단 한줄도 싣지 않았다.

(사진=동아일보 캡쳐)
◇ 동아 "인권침해 민주당, 국정원 공신력 실추 잘못"


시간을 거슬러 2012년 12월 14일, 김하영씨의 댓글 공작이 꼬리를 잡힌 지 3일 뒤 동아일보는 [국정원 여직원 감금, '민주당 스타일' 과시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신문은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선거 개입을 주장하고 나선 민주통합당의 행태는 무리수와 불법으로 얼룩져 있다"면서 "사사로이 여직원의 뒤를 캐고 사실상 감금하는 불법 행위를 했다"고 단정했다.

또 뒤늦게 사실로 드러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두고도, 이때는 "수많은 사람이 인터넷 댓글을 다는 시대에 국정원이 여직원을 시켜 정치적 댓글을 달도록 해 선거 개입을 했다는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4일 뒤에도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을 미행하고 사실상 감금하는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면서 "민주당이 국정원을 관권선거 개입 의혹에 끌어들임으로써 국가기관의 공신력을 실추시킨 것도 잘못"이라고 꾸짖었다.

대선이 끝난 뒤인 이듬해 1월 4일엔 [국정원 여직원 수사, 갈 데까지 가야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특정당의 유불리를 고려하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해 작은 의문조차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며 "선거 막판에 '한건'으로 국면을 뒤집어보려는 유혹에 분명한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중앙일보 캡처)
◇ 중앙 "인권유린 문재인, 변호사 자격조차 의심스러워"

중앙일보는 2012년 12월 14일 ["이러고도 사람이 먼저라는 말 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기자 칼럼을 띄웠다.

사흘간 '국정원 여직원 사건'의 현장을 지켰다는 기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한 방식은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민주당은 사흘간이나 김씨를 집 안에 사실상 감금했다"고 단정한다.

대선 결과가 나온 뒤엔 야당을 향한 비판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12월 31일 [김진의 시시각각-문재인, 사과할 용기 있나]라는 글은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비난의 말을 듣고 투신 자살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과 국정원 여직원을 비교했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막강한 후보였다"고 말한 김진 논설위원은 "그런 인물이 TV처럼 공개적인 곳에서 특정 개인을 공격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고 결론을 내린 뒤 "다른 사람도 아닌 인권변호사 출신인 그가 '28세 미혼여성'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유린했다"고 날을 세우고 "이는 국가지도자는 차치하고 변호사 자격조차 의심스러운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은 여직원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조선 "요즘 국정원이 집단적으로 선거에 간여하겠나"

조선일보의 경우 이보다는 조심스런 접근을 했다.

2012년 12월 13일자 신문은 [민주당이 헛짚고 떼쓰나, 국정원이 거짓말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올렸는데, 한쪽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다만 "국정원이 인터넷에 비방 댓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요즘의 국정원이 집단적으로 선거에 간여할 만큼 상명하복이 이뤄지는 조직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밝혔다.

야당의 의혹 제기가 신중치 못하다는 취지인데, 결국 '구시대적 발상'을 품던 국정원은 '집단적으로 선거에 간여할 만큼 상명하복이 이뤄지는 조직'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셀프 감금'에 대한 법원 판결을 무시한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와는 달리, 관련 기사를 7일자 10면에 실었다.

다만 반성은 물론, 해석과 전망이 없는 건조한 석줄짜리 단신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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