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에 파업 나서는 '조선 빅3' 노조… 그 속사정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업계 빅3 노조가 잇달아 파업 국면에 접어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파업에 나서는 노조·노협 역시 대규모 전면 파업에 나서기에는 아직 치워야 할 장애물이 남아있어 고심에 빠져있다.

◇ 파업 돌입하는 삼성·대우 노조… 연대파업 준비하는 현대家 노조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7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부분 파업에 들어가 빅3 중 파업의 첫 단추를 꿸 예정이다.

삼성 노협은 사측이 지난달 15일 임원 임금 반납과 1500명 희망퇴직 등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을 공개한 데 대해 일방적 구조조정이라며 철회를 요구해왔다.

전날인 6일에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사측의 불성실한 단체협상 등을 사유로 파업 찬반 재투표를 벌인 결과 88.3%의 지지를 얻어 파업을 가결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달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지만, '행정지도' 결정을 받고 파업권 확보에 실패했다.

빅3 중에서 가장 강성 노조로 꼽히는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우선 이번 주말까지는 사측과의 임단협에 성실히 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현대자동차 노조와 23년 만의 공동파업을 선언한 데다, 현대차 노조 역시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한 상태인 만큼 오는 13일로 예정된 찬반 투표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빅3 노조가 속속 파업 일정에 돌입하면서, 3사를 포함해 8개 조선업체로 구성된 조선업종 노조연대도 공동파업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非 노조 한계·불리한 여론… 파업 수위 놓고 고심에 빠진 빅3

하지만 막상 파업에 돌입하기는 3사 노조 모두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삼성중공업의 경우 '비(非)노조'라는 근본적인 신분의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 노협은 조합원 회비로 운영되는 노조와 달리 회사로부터 운영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데다,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사측이 대화를 거부하고 불법파업으로 강경 대응할 경우 막을 길이 없다"며 "노조를 세우지 못한 사업장의 한계이며, 매몰차게 말하면 자업자득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삼성 노협이 전면 파업에 실패할 경우 같은 거제 지역의 지근 거리에 있어 비교적 교류가 잦은 대우조선해양 노조 역시 파업 동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정규직 이기주의'로 매도당하며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임단협에 제시된 임금 9만 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및 수당 상향,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 해외연수 등의 요구사항이 알려지면서 '불황에도 잇속만 챙긴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것.

이에 대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김태정 정책국장은 "대우조선해양 노조 사례처럼 구조조정을 쟁점으로 파업을 시도하면 불법파업으로 제지당하지 않나"라며 "임금 인상 등은 명분일 뿐 핵심은 고용 안정을 위한 노사 간의 대화 요구"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의 핵심은 사측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 따라 설비지원부문의 분사 여부다.

사측은 고용안정과 복리 후생 등을 보장하며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노조는 결국 하청업체를 세워 멀쩡한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려는 꼼수이며 결국 비조선 부문 등 전 사업장에 걸친 분사·아웃소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연대 파업에 나서기로 한 현대자동차 노조도 머릿속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단순히 연대 정신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발목만 잡히는 것 아니냐는 일부 노조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대우차, 쌍용차 등 다른 자동차 완성업체 노조들이 올해 사측과 큰 충돌을 빚지는 않고 있는 마당에 홀로 전면적인 총파업을 일으키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월요일인 오는 25일이 현대차 노조 창립일이어서 여름 휴가 등과 겹쳐 당장 투쟁 동력을 모으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며 "집행부를 중심으로 부분 파업을 벌이고, 예정된 22일 상경투쟁에 참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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