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돌려" 선장 한마디…광현호 선상참극 불씨됐다

회식 중 뺨맞자 2등항해사에 급선회 지시…강제하선 우려한 베트남선원 '칼부림'

원양어선 광현 803호에서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베트남 선원들은 회식 중 다툰 선장이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며 배를 급선회하자 배에서 강제로 쫓겨나게 될까봐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해경)는 6일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선상 회식 중 베트남 선원에게 뺨을 맞아 화가 난 선장이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말과 함께 조업지가 아닌 모항으로 배 방향을 반대로 돌린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선장에게서 평소 강제 하선(下船)시킬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베트남 선원 V(32), B(32)씨가 선장의 급선회 지시가 위협용 엄포가 아니라 실제 변침(變針)으로 이어지자 살인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범행동기를 분석했다.

해경에 따르면 어장 이동 중 광현호에서 선상 회식이 열린 지난달 19일, 베트남 선원 V씨는 선장 양모(43)씨와 언쟁을 벌였다.

V, B씨는 삿대질을 하며 "요요요∼"라고 선장을 비아냥거린 것이 발단이었다.

베트남어로 '건배'를 의미하는 요를 욕설로 이해한 선장은 V씨 등과 멱살잡이를 하다가 뺨까지 맞자 "계속 이러면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말했다. 기관장 강모(42)씨도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집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화가 난 선장은 2등 항해사에게 "배를 270도로 돌리라"고 지시한 뒤 선내 방송으로 조타실로 베트남 선원 6명을 집합시켰다.

이전에도 선장에게서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동갑내기 친척인 베트남 선원 V, B씨는 선장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위기감을 느꼈다.

당시 동쪽(90도) 어장으로 이동 중이던 광현호는 서쪽(270도) 세이셸 방향으로 180도 급선회해 이러다간 강제로 하선(下船) 당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조타실에서 동료들을 흉기로 위협해 선장 살해를 모의한 이들은 뜻대로 되지 않자 "유 하우스 고(You house go·집에 가)"라고 말하는 선장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어 B씨는 선실에서 잠자던 기관장 강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B, V씨는 해경 조사에서 "선장과 기관장이 '집으로 가라(GO HOME)'고 해서 화가 났다"고 범행동기를 진술했다. 광현호 선사 광동해운은 지난해 2월 출항 이후 조업실적이 부진하자 올해 4월 선장을 양씨로 교체했다.

다른 회사에서 항해사로 일하다가 원양어선 선장을 처음 맡게 된 양씨는 광현호 외국인 선원과 쉽게 융화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두 달 넘게 선원 이름을 외우지 못하고 조업이나 선상생활 도중 욕설을 많이 내뱉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모항인 세이셸 빅토리아 항에서 선원들의 육지 상륙 문제를 두고 선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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