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밀집도시 부산,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전문가 "규모 7.0 이상 지진 일어날 가능성 있다"

고리원전 전경 (사진=강민정 기자)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자, 고리원전을 끼고 있는 부산도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한반도 지진 빈발 지역=부·울·경 원전 밀집지역

5일, 오후 8시 33분쯤 울산 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할 당시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걸쳐 있는 고리원전에서만 원전 8기 중 5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이날 발생한 지진 해역은 신고리원전 부지에서부터 65㎞ 거리에 있다.

원전은 리히터 규모 6.5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최근 잦은 지진 탓에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과 울산을 포함해 원전 밀집지역인 동남권에 '활성단층'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활성단층이란 과거에 지진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의미한다.

지질학계에 따르면, 동남부 지역에서 확인된 활성단층이 무려 60개나 된다.

문제는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해상에서는 활성단층이 얼마가 있는지조차 조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환경운동연합은 6일 성명서를 통해 "해양 활성단층에 대한 전면 조사부터 해라"라며 "안전성 확인 없는 원전 가동과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 고리원전 반경 30㎞ 내 400만 명 거주…지진 위험에 무감각

실제 학계에서는 원전의 내진설계인 6.5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는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법 중 역사 지질 자료를 살펴보는 방법이 있는데, 한반도는 대략 400년마다 규모 7 정도의 큰 지진이 발생했다"며 "규모 7이 넘는 마지막 지진이 1643년 인조시절에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 역사 지질 데이터 따르면, 향후 1~30년 내에 규모 7이 넘는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손 교수는 또 "내진설계가 취약한 부산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강태섭 교수도 "한반도에서 지진이 빈발한 곳이 부산과 울산, 경주 등 원전이 밀집해있고 인구가 많은 대도시 인근이다"라며 "지진이 원전 등 중요시설에 타격을 준다면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리원전 반경 30㎞ 내 거주하는 인구만 400만 명에 이른다.

강 교수는 이어 "보통 한국은 지진에 안전한 곳으로 생각하는데, 역사 문헌을 살펴보면 한 번에 100명 이상 숨진 대지진이 발생한 적도 있다"며 "한반도 역시 지진에 절대 안전한 지역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시민단체, "기존 원전도 내진설계 부실한데 신고리 5·6호기 추가 왜"

이런 가운데 부산과 접해있는 울산 울주군에 원전 추가 건설이 예고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달 23일 고리원전에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을 허가함에 따라 고리원전 일대에만 10기의 원전이 밀집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민단체에는 건설 심의 과정에서 해상에 있는 활성단층 분석이 아예 빠지는 등 지진 재해 분석이 과소평가 돼 원전에 부실한 내진설계가 적용됐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차장은 "한반도 예상 최대 지진 규모는 7.5인데, 기존 원전과 추가 원전의 내진 설계는 6.5~6.9에 맞춰져 있다"며 "이는 지진 에너지 크기로 보면 20~30배나 약하게 설계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제대로 된 지진 재해 분석이 있기 전까지 고리를 비롯해 모든 원전의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건설 중인 원전도 안전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멈춰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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