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충격에 음식점과 술집 손님들은 서둘러 거리로 뛰쳐나왔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울산 일대에는 원자력발전소와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한 탓에 인근 주민들이 바짝 긴장했다. 공장 시설이 파손돼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이 누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 "화분 깨지고 멀미날 정도"…야간자율학습 학생들 대피
지진 충격은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울산 전역에서 확연히 느꼈다.
남구 신정동의 한 회사 직원인 박모(34)씨는 "'쿵' 소리가 나서 처음엔 차가 건물을 들이받은 줄 알았다"며 "의자가 흔들려서 지진인 줄 알고 불안했다"고 전했다.
남구 대현동의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임모(59·여)씨는 "멀미가 날 정도로 흔들려 화분이 넘어져 깨졌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주점 등이 밀집한 남구 삼산동과 달동 건물에서는 손님들이 화들짝 놀라 거리로 뛰쳐나왔다.
손님들은 이렇게 큰 지진은 처음 느꼈다며 혹시나 가족에게 별일이 없는지 안부 전화를 하거나 서둘러 귀가하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80층짜리 고층건물이 휘청거릴 정도로 충격을 감지했다.
저녁을 먹다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 37층 아파트에 사는 신모(49)는 "아이들이 놀라서 비명까지 질렀다"며 "한국도 이제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울산, 부산, 경남 일대 아파트 주민들은 여진 우려 탓에 집 밖에서 밤늦게까지 대피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 한 아파트 주민들은 심한 진동을 느끼고서 집 밖으로 뛰어나왔다. 이들은 아파트가 두 차례나 크게 흔들렸다고 증언했다.
양산의 한 아파트 주민은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땅이 심하게 흔들렸다"고 회고했다.
주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가족과 친구, 연인의 안부를 물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학교에서 밤까지 공부하던 학생들은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울산여자고등학교, 양산 제일고등학교와 물금고등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 중이던 학생들은 건물이 흔들리자 곧바로 귀가했다.
울산여고 관계자는 "일부 균열이 간 천장 보드 등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학생 모두 집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울산 위쪽인 경주와 대구에서도 "10초간 건물이 흔들렸다", "주택이 흔들려 자다가 놀라 깼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지진 여파는 태백산맥을 넘어 광주, 전북, 대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전에선 "늦은 저녁 식사 중이었는데 식탁 위 숟가락이 바닥에 떨어질 정도로 흔들렸다"는 신고 등 100여 건이 소방본부에 접수됐다.
전주 시민 서모(31)씨는 "집에서 누워 쉬다가 미세하게 떨리는 듯한 진동을 느꼈다"며 "뉴스를 보고 울산에서 지진이 난 사실을 그때야 알았다"고 말했다.
울산과 거리가 먼 충북, 경기뿐만 아니라 300㎞ 이상 떨어진 서울과 인천까지도 "화분이 흔들렸다는데 지진이 맞느냐"는 신고가 있었다.
국민안전처는 이날 오후 9시 현재 접수된 신고는 모두 6천679건이라고 밝혔다.
◇ 원전 관련 시설·석유화학공단 바싹 '긴장'
지진이 발생하자 원전 시설과 석유화학공단 등은 긴장의 고삐를 죄었다.
경주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은 재난 대응 상황 4단계 중 2번째인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울산과 인접한 월성과 고리 원전 등 국내 모든 원전이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 운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 기업체 관계자들은 행여 지진 여파로 정전이 발생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석유화학제품 특성상 석유 원료가 정전으로 배관 안에서 굳으면 공장 가동에 지장이 생기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한고비는 넘겼지만, 혹시라도 여진이 생길까 봐 설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 규모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역대 5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