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 사기극'을 벌인 첼시 리와 에이전트, 소속 구단 부천 KEB하나은행이 철퇴를 맞았다. 첼시 리는 영구 제명됐고 장승철 하나은행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은 사임했다.
그러나 첼시 리의 신분을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승인 결정을 내렸던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추후 논의해 발표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신선우 총재가 수장으로 있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5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WKBL 사무국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첼시 리 사태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에 대해 논의했다.
신선우 총재는 먼저 "팬과 관계자 여러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첼시 리의 기록과 시상을 삭제하고 영구 제명하기로 했다. 또 에이전트 2명에 대해서는 무기한 활동정지 징계를 내렸다"며 "구단과 관련해서는 팀 순위 말소, 시상금 환수, 올해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 선발 순위를 최하위인 6위(1라운드), 12위(2라운드)로 정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WKBL 이사회는 논란이 됐던 해외동포선수 규정을 폐지해 더이상 혼혈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정했다.
더불어 하나은행 구단도 이사회가 끝나고 자체 징계 결과를 발표했다.
장승철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이 사임하기로 했고 한종훈 사무국장에 대해서는 감봉 징계가 내려졌다.
종합하면 하나은행은 구단주와 감독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지난 시즌 준우승의 성과는 무효 처리되며 올해에 한해 국내 및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후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게 됐다.
첼시 리는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신인왕, 베스트5 등 시상식에서 6관왕에 등극했다. 만년 하위권이었던 하나은행은 외국인선수가 한명 더 뛴 효과에 힘입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모든 기록이 없던 것으로 처리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첼시 리의 신분이 불분명하다는 타 구단들과 언론의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검증을 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일을 추진한 WKBL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 WKBL에 책임을 묻는 내용은 없었다.
이에 대해 신선우 총재는 "연맹이 정확히 뭘 잘못했는지 나오면 이사회에서 얘기가 나왔을텐데 구체적인 부분이 없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첼시 리의 서류를 심사하고 검정하는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실수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책임관계가 나타나지 않아 이사회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WKBL은 이번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징계를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선우 총재는 "다시 한번 고민하고 추후 발표하겠다. 다음 주에 재정위원회를 하고 필요하다면 이사 간담회도 열어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답했다.
WKBL이 약속대로 첼시 리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짊어지는 자세를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