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정치권에 때 아닌 면책특권 폐지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직무상 한 발언이나 표결에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 헌법상 권리인데요. 새누리당은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요. 면책특권 폐지를 놓고 맞붙은 여당와 야당, 이 뉴스의 행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엉뚱한 사람을 성추행범으로 모는 발언을 한 게, 면책특권 논란에 불을 댕긴 셈이 됐죠?
◆ 김성완> 맞습니다. 서영교 의원 보좌진 가족채용 논란 이후, 요즘 특권 내려놓기가 국회 화두인데요. 여기에 조응천 의원이 기름을 끼얹으면서 면책특권 논란까지 불이 옮겨 붙은 겁니다. 조 의원이 지난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 발언이 문제였죠. 대법원 양형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방송사 고위 간부가 성추행 전력이 있다면서 실명까지 공개했는데, 하루만에 사실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 버렸습니다. “보좌진이 확실한 소스라고 얘기해서 그 얘기를 믿고 발언했다. 내 실수다”, 이렇게 사과했는데요. 그러자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국회의원 면책특권도 손 볼 필요 있다”고 밝히고 나섰구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면책 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 폭로를 일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회 정치발전특위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루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야당은 “무슨 소리냐?”고 즉각 반발했죠.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특권 내려놓기와 연동하는 것은 맞지 않다”, “면책특권 폐지는 권력을 견제할 국회의 권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렇게 밝혔구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특권 포기는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할 무기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 김현정> 면책특권 논란 벌이는 여당과 야당,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첫 번째 행간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입니다.
지금 새누리당이 면책특권 폐지 내지 축소조정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지 않습니까? 새누리당이 야당이고 더민주가 여당이었던 시절에는 어땠을까요? 시계를 16년 전으로 돌리면 지금과 완전히 정반대 상황이 벌어집니다. 2000년 11월에 유명한 일화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이른바 KKK 관련 설을 폭로했는데요. “시중에 정치인이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 연루됐다는 소문이 떠돈다”면서 KKK, 권노갑 최고위원과 김옥두 사무총장, 김홍일 의원의 실명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허위 사실이라며 반발했구요. 당시 추미애 의원은 “의원의 면책특권은 막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신성불가침의 특혜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면책특권, 무제한인가?’라는 공청회를 열어서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런 일 비일비재했습니다. KKK 발언이 나오기 2년 전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초선이었던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현직 대통령 입을 “공업용 재봉틀로 박아버려야 한다”고 발언했었죠. 뿐만 아니라, “언론대책 문건 작성”, “영부인 옷로비 의혹” 등등 숱한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었고, 그때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면책특권 폐지를 주장했었습니다. 물론 한나라당은 그때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했구요. 그랬다가 200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되면서 여야 입장이 정반대로 뒤바뀐 겁니다. 그때부터 새 국회가 임기 시작하면 마치 홍역 앓듯이 면책특권 폐지 논란이 일게 된 거죠.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로비 의혹”, “삼성 엑스파일” 등 각종 의혹 폭로 나올 때마다 새누리당은 면책특권 폐지를 주장했고, 야당은 반대했습니다. 여야가 바뀔 때마다 서로 입장 바꿔 싸우는 거, 국민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면책특권 폐지 공방전, 또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선진국에선 면책특권을 가지고 싸우지 않는다”입니다.
면책특권은 의회 민주주의 역사와 함께 한 권리입니다.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이 의회 민주주의 시작이라면, 1년 뒤 이 의회가 제정한 권리장전은 그 첫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권리장전 9조 “의회에서의 발언과 토론, 의사절차의 자유는 의회 밖의 어떤 재판소에서도 소추되거나 심문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1787년 미국 연방헌법이 헌법에 면책특권 처음으로 명문화합니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등. 선진국들이 다 면책특권 보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선진국에서는 의원이 말실수로 잘못했다 해도 윤리적인 문제로 다룰 뿐 면책특권 자체를 시비 거는 일은 없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그렇게 해야 권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아니면 권력자 맘대로 의원을 잡아 가둘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1995년 당시 민주당 초선 의원 박계동 의원은 ‘노태우 대통령이 비자금 4000억원을 조성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면책특권이 없었다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겠습니까?
◇ 김현정> 마지막으로 또 행간이 있다면?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면책특권은 폐지되지 않을 것이다”입니다.
세비 하나 못줄이고. 특권 하나 내려놓지 못하는 국회가 면책특권을 포기한다? 소가 웃을 일이죠. 면책특권은 헌번 45조에 명분화된 권리입니다. 지금 면책특권 폐지 운운하는데, 폐지하려면 헌법을 바꿔야 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지금은 여소야대 상황인데 가능한 일일까요? 쇼는 그만두고 진짜 폐지해야 할 특권이 뭔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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