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이미 중공황으로 진입
-한국 주요산업, 중국이 잠식해
-창조경제, 서비스 중심주의 금물
-부동산 거품, 전세계에 끼어있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특히 우리나라는 조선, 해운 산업의 위기까지 겹쳐서 녹록치 않은 경제 상황입니다.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3.1%에서 2.8%로 하향 조정을 한 상황. 우리 경제, 유럽 경제, 나아가서 세계 경제. 이분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세계적인 경제학자입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 교수. 오랜만에 연결을 해 보죠. 장하준 교수님 안녕하세요.
◆ 장하준>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도 영국에 계시는 거죠?
◆ 장하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지금 영국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장하준> 뭐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죠. 특히 잔류 쪽으로 투표했던 젊은 세대들이 시위 같은 것도 많이 하고, 또 탈퇴에 투표했던 사람들도 그중에 일부는 이제 탈퇴 결과가 나오니까 막 노골적으로 이민자들한테 ‘너희 집으로 가라라고 하면서 욕하고 폭행하고, 그 이민자들 모이는데에 가서 막 욕하는 낙서 같은 거 하고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 김현정> 한마디로 표현해 주셨네요. 엉망진창이다. 지금 그리스나 포르투갈처럼 유럽연합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국가들에서 또 다른 엑시트, 즉 EU 탈퇴가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 장하준> 글쎄, 처음에는 그런 말도 많이 나왔는데 영국이 워낙 혼란에 빠지다 보니까 도리어 그런 쪽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쑥 들어간 것 같아요. 그래서 도리어 그런 말을 했던 나라의 국민들이 ‘저거 봐라, 잘못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 김현정> 그런 분위기예요.
◆ 장하준> 도리어 그 얘기는 쑥 들어가는 것 같고 일부에서 지금 추측하는 건 그런 얘기가 더 들어가도록 유럽연합에서는 영국이 탈퇴 조건 협약할 때 굉장히 빡빡하게 할 거다, 그래 가지고 다른 나라들에서 겁먹어 가지고 못 나가게 할 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럴 수 있겠네요. ‘영국 봐라, 나가면 저렇게 고생이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요.
◆ 장하준> 그렇죠, ‘집 나가면 고생이다’를 보여주기 위해서.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 이제 경제 얘기를 해 봐야 할 텐데요. 도대체 세계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사실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불확실한 길이기 때문에 상당히 겁을 먹고 브렉시트 이후 첫날 둘째 날 대폭락을 했습니다만 지금 일단 증시로 볼 때는 우리 증시는 2000선을 회복했고요. 당사국인 영국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걸 안정으로 봐도 되나요?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글쎄, 그렇게 볼 수는 없죠. 왜냐하면 단기적으로 그렇게 증시가 올랐다 내렸다하는 모습에 일희일비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거기로 들어간 돈이 또 어딘가에서 나온 돈일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 한국 증시로 돈이 흘러들어오면 그게 브라질이나 이런 나라에서 빠지는 걸 수도 있다고요.
◇ 김현정> 맞아요. ‘유럽에 있는 불안했던 돈들이 아시아 증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런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 장하준> 그렇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 값이 많이 떨어졌으니까 좀 사 놓는 게 낫겠다 싶어서 영국으로 돈이 들어온다고 그러면 결국 다른 데서 돈이 나오는 건데요. 예를 들어 그런 돈이 브라질이나 요즘 경제가 불안한 국가에서 나와서 그런 데가 경제위기를 겪게 되면 그게 또 옛날에 아시아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퍼졌던 것처럼 또 퍼질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특히 영국 같은 경우에는 지금 말하자면 EU하고 이혼을 하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이혼을 하면 재산분할하고 그런 소송을 하는 기간이 정식으로 통보한 후에 2년 동안 기간이 있거든요. 그게 다 끝나봐야 이제 어떻게 될지 아는 거고요. 그리고 영국이 그렇게 되면서 그 영향이 세계적으로 어떻게 장기적으로 미칠지는 그 이후에도 또 몇 년이 더 흘러야 되는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큰 그림을 어떻게 보세요. 장기적인 큰 그림이요. 혹자는 예전에 세계 경제 대공황 때처럼 장기침체 국면으로 온 세계가 빠져드는 건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하고요.
◆ 장하준> 아니,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 거죠. 왜냐하면 지금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독일, 미국 몇 나라 빼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아직도 위기 이전의 경제 소득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거든요. 지금은 아주 간단한 숫자를 들어서 말씀을 드리면 일본이 1990년대부터 한 2010년까지 ‘잃어버린 20년’을 얘기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잃어버린 20년.
◆ 장하준> 그때 일본의 1인당 경제성장률이 1인당 기준으로 해도 연 1%였어요. 그런데 미국이 지난 8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연 평균 0.4%입니다.
◇ 김현정> 이건 거의 멈춰 있는 거네요?
◆ 장하준> 그럼요. 그러니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도 못한 게 지금 8년이 됐는데요. 이제 지금 또 이런 브렉시트 충격까지 받고 이러면 세계 불황이 10년이 되는 거는 확실할 거고. 15년, 20년이 되면 대공황 때처럼 실업률이 30%정도는 안 되겠지만 굉장히 경제 침체가 장기화된다는 얘기죠.
◇ 김현정> 그러면 이게 예전에 대공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공황, 중공황으로는 접어들었다고 보시는 거예요?
◆ 장하준> 그렇죠. 중공황이라고는 얘기해야죠. 사실 1929년 대공황 이후에 가장 큰 경제위기니까요.
◆ 장하준> 글쎄요, 경제가 안 좋을 때는 정부가 일단 돈을 푸는 게 중요한 거죠. 그런데 그런 거 하면서 그 동안에 자꾸 투자도 하고 연구개발도 해서 신산업도 개발하고 생산성도 높이고 해야 되는 건데요. 그걸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달린 거죠.
그러니까 지금 우리나라 조선 산업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20여 년 동안 신산업을 창출한 게 없잖아요. 사실 그런 산업들이 다 우리나라가 옛날에 다른 선진국들한테 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때문에 유럽 조선산업이 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고요.
◇ 김현정> 그러네요, 제조업도 그렇고요.
◆ 장하준> 이런 게 올 거를 알고 있었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중국이 그런 데 자꾸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에요. 이제 새로운 산업을 잘 개발을 못해가지고 우리가 지금 이런 어려움을 겪는 거죠.
◇ 김현정> 사실은 지금 조선업을 얘기하셨는데 정부가 추경을 서두르는 이유는 브렉시트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선 해양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원을 할 자금을 만들기 위한 이유도 있습니다. 조선 해양 구조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장하준> 글쎄 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조선산업 같은 것은 특히 기간산업이기 때문에요.
◇ 김현정> 그런데 ‘자꾸 이런 식으로 우리가 방만하게 운영해도 힘들어지면 정부가 와서 도와주겠지? 돈 넣어주겠지? 알아서 중재자 역할을 해 주겠지?’ 이런 식의 방법이 일종의 학습효과가 돼서 또다시 방만한 기업, 방만한 운영이 반복되는 건 아니냐는 지적도 있거든요?
◆ 장하준> 아니, 물론 그런 면이 있는데 기업 혹은 산업을 살리는 거하고 그 경영을 잘못한 경영자라든가, 돈을 빌려주고 관리를 잘못한 은행 책임자라든가 그런 사람들을 처벌하는 거하고는 다른 얘기예요.
◇ 김현정> 아, 그러니까 구조조정을 해서 산업은 살리되 경영을 잘못한 것에 대한 처벌은 확실하게 하고 가야 된다?
◆ 장하준> 엄정히 처벌해야죠. 그런 처벌을 자꾸 안 했기 때문에 뭐 2008년에 금융위기 나고 영국, 미국 이런 데서 그렇게 난리쳐놨는데 말하자면 감옥 간 은행가들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 그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또 지금 다시 방만하게 금융을 운영을 하는 건데요. 그러나 그 사람들을 처벌하는 거하고 그 기업을 망하게 하는 거하고는 다르거든요.
◇ 김현정> 그 문제와 연결해서요. 몇 년 전에 조선산업이 흔들흔들할 때 4조 2000억 원을 지원 결정을 내린 곳이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 회의였습니다.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들이 모여서 청와대 서별관에서 회의를 하고 그 돈을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산업은행은 그저 들러리 역할만 했다. 이게 지금 큰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산업은행이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의 입김에 의해서 정책이 결정되고 휘둘리는 건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글쎄 이런 과정이 투명해야 되고 관련 기업과 노조, 관련 지역사회 이런 여러 이해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서 이뤄져야 되는데요. 그런 식으로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게 문제죠. 그러나 다만 그걸 잘못 운영을 하고 방만하게 하고 투명하지 않게 결정한 사람들을 처벌을 해야 된다는 거죠.
◇ 김현정> 아니, 우리 경제를 바깥에서 이렇게 밖에서 바라보면서...
◆ 장하준> 그러니까 지금 있던 것들을 잘하고는 있지만 점점 먹히는 거 아니에요. 조선산업은 이미 휘청휘청할 정도까지 됐고 휴대폰 같은 것도 지금 이미 하급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한테 많이 먹혔어요.
◇ 김현정> 맞습니다.
◆ 장하준> 외국 시장에서 광고하는 거라든가 예를 들어 제가 남미나 아프리카 같은 데 출장을 갔을 때 전화 파는 가게 같은 걸 보면요. 길에 붙어 있는 광고 같은 걸 본다거나요. 그러면 한 2, 3년 전하고만 비교해도 화웨이라든가 이런 중국 기업들이 엄청나게 잠식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말씀을 듣다 보니까요. 우리도 창조경제가 캐치프레이즈 아니었습니까? 그게 잘 됐으면 지금쯤 뭔가 결실이 나왔어야 되는데요?
◆ 장하준> 글쎄, 나름대로 또 한 게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눈에 크게 뜨이는 게 없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최근에 했던 창조경제의 문제는 그냥 서비스 업종을 창조경제하고 동일시하는 잘못된 시각에서 디자인했다는 겁니다. 제조업을 너무 소홀히 했어요. 제조업이라는 것도 창조가 없는 게 아닙니다. 꼭 무슨 예술, 영화, 무슨 이런 것만 창조가 아니거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K-POP, 한류 드라마 이런 것들을 우리가 선전을 했는데 창조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제조업 분야라든지 다른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소홀했던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드시는 거군요?
◆ 장하준> 그런 걱정이 좀 있죠.
◇ 김현정> 박근혜 대통령 취임 3년 반 됐습니다. 경제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 장하준> 글쎄요. 신산업 육성이라든가 혁신 촉진. 또 필요한 경우에는 산업 구조조정 이런 것들에 대해서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꾸 정부가 또 적절하게 산업 정책 쓰고 그런 것들이 ‘개입주의다 반시장주의다’ 해가지고 자꾸 안 쓰는 게 좋다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런 걸 자꾸 소홀히 하다 보니까 뭐 박근혜 정부도 그런 문제들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좀 있는 것 같고 거기에 대해서 뭔가 액션을 취하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 쪽으로 조금 초점을 다시 맞춰가지고 앞으로 우리나라 20~30년 후에 뭐 먹고 살 건가? 그것에 대한 대비를 미리미리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한 가지만 좀 더 여쭙죠. 사실 지금 추경에 금리인하까지 더해지면서 돈이 자꾸 부동산으로만 몰립니다.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뭐 평당 5000, 6000만원으로 천정부지로 값이 오르고 있고요. 이건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 장하준> 그러니까 돈이 나오면 사람들이 어디다 집어넣겠어요? 우선 쉬운 게 부동산이니까 자꾸 그런 데로 들어가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전세계에 부동산 거품이 끼어 있습니다. 특히 무조건 양적 완화라는 식으로 해 가지고 무조건 돈만 푸니까 그 돈들이 세계적으로 돌아다니면서 런던 부동산시장에 거품 일으키고, 브라질 주식시장에 거품 일으켰다가 빠져나오고 이런 식으로 하면서 지금 세계 사방에 거품이 끼어 있어요.
◇ 김현정> 사방에 끼어 있어요? 그럼 이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세계 준공황이라고 하는 이런 상황 속에서 그 버블이 터질 수도 있습니까?
◆ 장하준> 그렇죠. 그렇게 되면 더 큰일이 나겠죠.
◇ 김현정> 우리나라 부동산에도 분명 그 거품들이 끼어 있는 거고요?
◆ 장하준> 글쎄, 대략 보면 그런 상황이죠. 우리나라도.
◇ 김현정> 신성장동력은 없이 돈은 계속 풀고. 이 돈 갈 곳 없는 돈은 부동산으로만 몰리고. 이 버블은 계속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이런 상황들을 우리가 주의해야 된다는 말씀. 알겠습니다. 장하준 교수님, 좀 멀리 계시지만 자주 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세계경제 상황들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귀한 소식 고맙습니다.
◆ 장하준>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감사합니다. 세계경제 전문가입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 교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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