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등친 학원강사…"선생님이라 믿었는데"

도박 하다 눈 빨개졌는데 밤새 어머니 병간호한 줄

(사진=자료사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어머니가 아프다는 등 거짓말을 해 수억원을 가로챈 40대 학원 강사가 구속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제자들에게 거짓말을 해 수억여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이모(44) 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씨는 2013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서울 강서구 등 자신이 근무하는 학원에서 수강생 등 30명에게 "어머니가 아파서 돈이 필요하다"는 식의 거짓말을 해 117차례에 걸쳐 5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컴퓨터 학원의 회계 강사인 이 씨는 본인의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에게 "어머니가 아프니 혹시 도와줄 수 있는 학생들은 좀 도와달라"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 씨를 측은히 여겼던 학생들은 당연히 이 씨가 갚을 거라 생각하고 돈을 빌려줬다.

이 씨는 선생님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2000만원을 쉽게 손에 넣게 됐고 이 돈을 모두 도박에 탕진했다.

이후에는 계속해서 같은 수법으로 학원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 일부는 돌려막기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도박 등에 사용했다.

피해를 입은 수강생들은 "선생님이니까 믿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은 전날 늦게까지 도박을 하다 눈이 충혈됐는데도 학생들은 이 씨가 밤새 어머니 병간호를 해 눈이 빨개졌다고 생각했다.

이 씨는 학생들이 본인을 믿고 돈을 꿔주기 시작하자 거짓말을 달리 해가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

지난 대선 기간에는 "대선과 관련해서 사모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했다.

특히 피해자 중 이모(32·여) 씨에게는 모두 6차례에 걸쳐 6500만원을 뜯어냈는데,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기로 한 뒤 계속해서 돈을 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생활비가 부족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돈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피해자는 '선생님이라 무조건 믿었다'고 진술한 만큼, 학원 강사에 대한 자격요건 강화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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