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차만 잡아'…'난폭·얌체 운전과의 전쟁'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위반한 한 운전자가 암행순찰차에 단속돼 경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구민주 기자)
"앞에 차량 버스전용차로 위반하셨습니다. 우측으로 빠지세요."

2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남사졸음쉼터 부근. 1차로에서 주행하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암행순찰차가 경광등을 켜고 연거푸 사이렌을 울렸다.

여섯 명 이상 탑승해야 하는 승합차에 두 명만 탄 채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모습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암행순찰차인지 눈치 채지 못한 차량 운전자 A(59) 씨는 순찰차가 뒤에서 경적을 울리며 수백미터를 따라가자 옆차로로 빠졌다.

A 씨는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드는 정명조 경장과 눈이 마주치자 그제야 암행순찰차 뒤를 따랐다.

정 경장이 버스전용차로 위반 사항을 설명하며 신분증을 요구하자 A 씨는 "환자가 힘들어 해서 빨리 가려고 그런 것"이라고 둘러대다 결국 "다른 차들도 많은데 왜 내 차만 잡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분이 가라앉지 않은 A 씨는 암행순찰차를 향해 창문을 열고 손가락질을 하며 떠났다.

곧이어 화물차 한 대가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판교분기점 부근에서 2차로로 주행하다 암행순찰차에 적발됐다.

속도를 높여 위반차량에 접근한 순찰차는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 운전자를 안전한 곳으로 유도했다.


단속된 화물차 운전자 B(58) 씨는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으로 “왜 잡힌거냐”고 연신 따져 물었다.

정 경장이 화물차가 운전할 수 있는 지정차로를 어겼다고 하자 B씨는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다녔다. 없어진 법규인 줄 알았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 경장은 "암행순찰차로 단속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수긍을 해주지만 간혹 불만을 갖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분들을 이해시키는 부분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암행순찰차는 지난 3월 고속도로 전용차로 위반 및 갓길 주행 등의 얌체운전과 칼치기 등의 난폭운전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투입됐다.

실제로 본 암행순찰차는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 차량과 다르지 않았다.

차량의 앞쪽 보닛과 옆쪽 문에 경찰마크를 붙여놓았지만 고속도로 주행 중에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고, 경광등과 사이렌도 단속할 때만 켜지다 보니 "순찰차인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이번달부터 암행순찰차가 확대 운영되면서 추가된 8대의 차량이 다양한 색상으로 보급돼 알아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배치도로도 기존의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서해안·외곽·중부내륙선까지 늘어났다.

이렇다보니 고속도로 위의 얌체운전자 및 난폭운전자 단속은 물론, 사고예방 효과까지 얻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암행순찰차 단속건수는 모두 3918건. 주로 버스전용차로(1575건)와 지정차로 위반(1126건)을 단속하는데 효과가 있었으며,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 건수는 시범운영구간의 경우 전년대비 20.8%가 줄어들었다.

암행순찰 전담요원 김대원 경장은 "언론을 통해 홍보도 돼 현장에서 단속해도 많이 수긍해주시고 있어 반응은 좋다"며 "3월만 해도 많았던 얌체운전자가 상당히 감소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찰은 암행순찰차로 인한 효과를 추가로 분석한 뒤 오는 9월부터 12대를 추가,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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