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논의 장소의 이름을 딴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협의회의)에 제출됐다는 금융위 자료가 논란이 일자, 금융위 측은 확인되지 않은 '괴문서'라는 식의 대응논리를 폈다가, 실제 자료를 입수해 언론에 공개되자 통상 마찰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어서다.
◇ 홍익표 의원, 서별관회의록 문건 입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청와대와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이 지적된 것을 알고도, 여기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했다는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금융위가 작성해 지난해 10월22일 서별관회의에 제출한 문건이다.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있다. 좌측 상단에는 '경제현안회의'라고 명시돼 있고, 그 아래에는 '회의 종료 후 회수 예정'이라는 문구가 굵게 쓰여있다. 회의를 위해 작성된 자료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작성 관계기관란에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이름이 올라와 있다.
◇ 어떤 내용이 들어있나?
홍 의원으로부터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 자료는 총 25장이다. 여기에는 대우조선 현황 및 실사 결과와 대응방안별 검토안, 정상화 지원방안, 자구계획 및 다운사이징 방안, 부실책임 규명 및 제재방안, 향 후계획 등이 담겨있다.
특히 해당 문건에는 "대우조선에 5조 원 이상의 부실이 현재화되어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감리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금융감독원이 그간 (분식회계의혹과 관련)자발적 소명 기회를 부여했으나 회사(대우조선)는 소명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감사원에서 산업은행 감사과정에서 대우조선의 일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검토중", "현재 검찰이 회사 감사위원회 진정에 따라 남상태 전 사장의 배임혐의 조사중"이라는 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향후 일정에는 10월 23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정상화방안 발표, 10월 27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채권단 협의회를 개최해 정상화 방안 설명, 10월 말까지 회사 및 노조 동의서 징구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홍 의원의 문건이 공개되자, 금융위는 해당 자료가 '괴문서'라는 식의 대응논리를 펼쳤다.
금융위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서별관 회의는 비공식 회의로서 논의 안건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출처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논의 안건인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자료"라고 반박했다.
또 "분식 우려가 있다고 제기된 당시의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며 "출처 불명의 자료에 근거한 보도가 이루어질 경우, 회사·협력업체·근로자 및 채권단·주주·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부당한 손실이나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함은 물론 회사 측의 상거래와 신용거래를 위축하여 경영정상화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애초 홍 의원 측은 입수한 자료의 파장을 고려해 자료 공개를 꺼려왔는데, '괴문서'로 몰아가는 금융위 태도에 전문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금융위의 태도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기존 괴문서라는 논리는 사라지고 통상마찰이라는 논리로 재무장했다.
금융위 측은 "해당 문건이 공개되면 WTO·FTA 등 무역규범의 상충 문제가 제기되고 통상문제까지 야기된다"며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예측할 수 없는 영향도 우려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전까지만 해도 불분명한 괴문서라고 하다가 통상문제가 불거진다고 하는 것은 모순된 주장 아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서별관회의 내용과 날짜, 참석자 등을 밝히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 결정이 이뤄진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발언록이 없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서별관회의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자료는 있지만, 속기록이나 발언록은 존재하지 않고 관련 자료 공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