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경기’ GS칼텍스의 용감한 도전

16~17시즌 홈 경기 우리카드와 분리운영, 단독 홈 경기 개최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는 2016~2017시즌 남자부 우리카드와 홈 경기를 분리 운영해 장충체육관의 경기 일수를 18일에서 33일까지 확대했다.(사진=GS칼텍스서울Kixx 제공)
“여자배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V-리그는 대부분의 남녀부 일정을 같은 날 진행했다. 같은 연고지를 쓰는 남녀부 구단은 같은 날 같은 경기장에서 시차를 두고 경기를 치렀다. 이로 인해 먼저 열리는 경기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질 경우 늦게 열리는 경기의 선수는 컨디션 조절과 관중 유치, TV 중계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팀 수가 적은 여자부의 경우 같은 연고지를 쓰는 팀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경기 일정이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 동안 많게는 세 경기를 치르는가 하면, 다음 경기까지 일주일이 넘게 쉬는 때아닌 휴식기도 불가피했다.

더욱이 경쟁 종목인 농구의 경우 남자와 여자 연맹이 따로 운영되고, 경기도 별도 치른다는 점에서 배구 역시 남녀부의 분리 운영이 추진됐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반대에 부딪혔다. 일정 기간의 준비 없이 도입될 경우 예산과 인력 보강 등의 어려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것이 즉시 도입을 반대하는 일부 구단의 항변이었다.

결국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통해 2016~2017시즌 남녀부 경기를 기존처럼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 대신 여자구단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 시즌의 유예를 둬 2017~2018시즌부터는 남녀부 경기를 분리 운영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GS칼텍스의 분리운영 의사를 받아들여 시범적으로 2016~2017시즌 홈 경기를 단독 운영한다. GS칼텍스는 함께 서울 장충체육관을 사용하는 우리카드가 아닌 경북 구미를 연고로 하는 KB손해보험과 같은 일정을 쓰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팬의 집중도 향상을 위해 2016~2017시즌부터 홈 경기 단독 운영을 결정했다.(사진=KOVO 제공)
◇ 질투 받는 외로운 도전, 그 이유는?

GS칼텍스의 홈 경기 단독 운영은 분명 구단에는 부담이다. 단장과 사무국 직원이 많지 않은 배구단 특성상 홈 경기 단독 운영은 공동 운영과 비교해 더 많은 업무적 스트레스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일부 구단의 반대에도 이왕 맞아야 할 ‘매’라면 먼저 맞아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용감한 선택을 했다.

김용희 GS칼텍스 사무국장은 “서울을 연고지로 쓰는 만큼 ‘한국 배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장충체육관에서 더 많은 경기가 열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단독 운영의 가장 큰 이유를 설명했다.

남자부 우리카드와 홈 경기를 공동 운영할 경우 정규리그를 기준으로 장충체육관에서는 한 시즌 18경기가 열린다. 하지만 분리 운영을 통해 33경기(남자 18, 여자 15)까지 늘어난다. 또 남녀부 경기를 모두 관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시간가량을 머물러야 하지만 이를 단축하는 대신 집중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독 운영은 마케팅 등의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선수의 입장에서도 분리운영의 장점이 분명 더 크다는 점을 주목했다. “선수들도 정해진 시간에 경기가 열린다는 점은 분명 경기력 향상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김용희 사무국장은 “현재 여자구단이 마케팅적인 면에서 남자구단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프로팀답게 다양한 팬 마케팅을 통해 더 많은 관중을 유치하겠다”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상징성이 큰 서울의 배구 인기가 살아야 다른 지역의 배구 인기도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TV 중계도 밀리지 않고 즉시 볼 수 있는 만큼 배구팬에 더 많은 선택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김 사무국장은 팬을 대상으로 하는 배구대회를 개최하고, 초등생과 동호회, 연고지 부녀자를 대상으로 하는 배구교실 등을 통해 그동안 경기장을 찾는 데 소극적이었던 배구팬의 경기장 방문을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도 선보였다.

“작은 시작이지만 여자배구도 분명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GS칼텍스의 과감한 도전. 분명 누군가는 이들의 용기를 시기, 질투하겠지만 온전히 선수와 팬을 위한 선택이라는 점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