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나라는 국적 크루즈 선이 단 한 척도 없는 국가다. 이렇다 보니, 정부와 민간업체가 지난해부터 국적 크루즈 선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해운사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있는 현대상선이 참여하면서, 내년 상반기 국적 크루즈 취항이 시작부터 암초에 걸렸다.
◇ 올해 크루즈 관광객 150만명 전망…실속은 외국 선사가 챙겨
해양수산부는 기항지 크루즈 관광객이 올해는 150만 명, 내년에는 2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4일 밝혔다.
올해 상반기 제주항에 207항차 50만 명, 부산항에 74항차 18만 명, 인천항에 23항차 4만 명 등 305항차 72만 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입항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8%나 증가한 것이다.
하반기에는 여수신항에 로얄캐리비언선사 마리너호(13만8천톤)가 2회 입항하는 등 외국 크루즈선이 모두 543회 입항할 계획으로, 올해 기항지 크루즈 관광객은 1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관광객은 대부분 중국 유커들로, 중국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제주항과 부산항에 입항해서 각각 8시간 정도 머물면서 관광을 즐기다 다음 기항지로 이동하게 된다.
해수부는 지난해 국내 기항지에서 외국 크루즈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이 886달러(102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올해 크루즈 관광객이 150만 명을 넘어설 경우 1조 5천억 원의 소비지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루즈 관광은 숙식을 배에서 하고, 카지노 산업과 결부돼 있어 실제 부가가치는 크루즈 선사가 챙기는 구조다.
◇ 국적 크루즈선사, 현대상선 참여 변수…내년 상반기 취항 불확실
문제는 우리나라 국적의 크루즈선이 단 한 척도 없기 때문에 외국 선사들이 관광 이득을 독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국적 크루즈 선사 설립을 추진해, 지난해 12월 팬스타 라인(부산-오사카 여객선 운영업체)과 현대상선이 공동 출차한 '코리아 크루즈라인'에 대해 법인 등기를 허가했다.
해수부는 국내 크루즈 인구가 올해 1만5천명, 내년에는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국적 선사의 수익여건도 좋다는 입장이다.
박경철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코리아 크루즈라인이 7만5천톤급 크루즈 선박(선령 20년 중고선) 구입비 2천억원과 운영비 5백억 원을 금융권을 통해 자체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해운사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현대상선이 국적 크루즈 선사에 공동 출자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이처럼 현대상선이 참여하지 못할 경우, 팬스타는 3만톤 급 이상 대형 선박을 운영한 실적이 없어 국적 크루즈 선의 내년 상반기 취항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구조조정 여건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팬스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팬스타가 현대상선이 아닌 다른 업체와 손잡고 출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