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창완 씨(중국전문가)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무려 600만 명에 달합니다. 그래서인지 식당마다 관광지마다 한국어 밑에 중국어 표기가 많이 돼 있죠.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 표기가 오역이라면 그것도 기막힌 엉터리 오역이라면 참 없느니만 못한 걸 텐데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의 식당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보니까 32.4%의 식당에서 한 개 이상의 심각한 오역이 나왔답니다. 도대체 어떤 오역들이 있었던 건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좀 짚고 가죠. 중국 전문가세요. 오마이뉴스 조창완 기자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조창완 기자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실 영어 오역 사례는 유명한 게 많이 있는데. 저는 중국어도 그런 줄 몰랐어요. 어떤 사례들이 있습니까?
◆ 조창완> 저희가 한번 퀴즈를 낼 테니까 김 진행자께서 한번 맞혀보세요. '맵고 기이한 요리' 이렇게 쓰인 표기가 있다면 그건 어떤 음식으로 이해를 하시겠습니까?
◇ 김현정> 메뉴판에 '맵고 기이한 요리'? 맵고 기이한 요리가 한두 가지인가요? 저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 조창완> 어느 식당에서 이거를 김치찌개를 이렇게 표기 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웃음) 김치찌개가 뭐 그렇게 기이한가요?
◆ 조창완> (웃음) 그렇죠? 그다음에 또 다른 걸 하나 더 낼게요. '할머니를 구운 요리'는 무슨 요리일까요?
◇ 김현정> 할머니를 구운 요리요? 메뉴판에 할머니를 구운 요리라고 적혀 있어요?
◆ 조창완> 그걸 저도 보고 깜짝 놀랐어요.
◇ 김현정> 이거는 잡혀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주인은? (웃음)
◆ 조창완> 그렇죠. 수호지에 나오는 양산박도 아니고.
◇ 김현정> 무슨 요리에요?
◆ 조창완> 묵은지 김치찜을 이렇게 표기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묵은지 김치찜을요?
◆ 조창완> 예. 일단 묵은지 김치찜을 보면 이 식당에서 표현한 게 '나이나이샤오카오(奶奶烧烤)'라고 표현을 했어요. '나이나이'는 중국어로 할머니예요. '샤오카오'는, 숯불에 구운 음식들을 샤오카오라고 해요. 그러니까 나이나이샤오카오하면 할머니 구운 요리. 아니면 숯불불고기 정도 되겠죠? 좀 무식한 사례인 것이고요. 묵은지 삼겹찜도 중국어로 하면 '발효된 김치 삼겹찜'이라는 의미로 해서 '发酵泡菜五花肉炖'라고 표기해야 되거든요.
◇ 김현정> 즉, 표현을 하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다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엉터리로 적어 놓은 것이네요?
◆ 조창완> 네. 그렇죠.
◇ 김현정> 혹시 우리는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중국인들은 보면 짐작할 수 있다든지 이런 것도 전혀 아니고요?
◆ 조창완> 이렇게 표기해 놓으면 당연히 모르는 거죠, 아주. 그리고 제가 문제가 되는 요리 이름들을 한번 중국에 검색엔진에서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전혀 상통하는 부분이 없고요. 제가 볼 때는 저런 오역들이 한국에서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 아주 엉뚱한, 전혀 중국어를 모르는, 간판 제작하시는 분이 그냥 과욕으로 만든 것 같아요.
◇ 김현정> (웃음) 과욕으로 만들었어도 이 경우는 정말 심했던 것 같고.
◆ 조창완> 그렇죠.
◇ 김현정> 이렇게 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중국인들이 들었을 때 알아들을 수 없는 그런 오역들이 세 군데 중에 한 군데에서 발견되었다는 거예요. 지금 서울 시내 메뉴판에서.
◆ 조창완> 네. 그렇죠.
◆ 조창완> 일단 중국의 음식명들은요. 요리명이 정확합니다. 왜냐하면 음식 요리명 안에 일단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 그다음에 요리하는 방법, 그다음에 심지어는 주재료를 써는 방법 이런 게 다 들어가 있어요.
우리가 잘 아는 탕수육 있잖아요. 이런 탕수육은 중국에서 '탕추리지(糖醋里脊)'라고 부르거든요. 탕은 달콤하다는 거예요. 추는 그러니까 초가 들어가서 시큼한 맛이 난다는 거죠. 그리고 리지는 얇고 길게 썬 고기라는 뜻이에요. 그거 보면 어느 지역에 가서도 그 요리가 어떻게 만들고 맛은 어떨 것인지 알 수 있잖아요.
◇ 김현정> 달콤하고 약간 달콤새콤한 얇게 썬 고기요리?
◆ 조창완>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많이 먹는 마파두부는 '마라도우푸(麻辣豆腐)'라고 하는데. 마는 우리 산초를 마라고 하거든요. 라는 매운 고추가 들어간 요리고요. 그리고 도우푸는 재료죠. 두부죠. 그래서 그걸 보면 딱 재료를 시킬 수가 있어요. 한국 음식도 물론 한국의 고유한 이름을 가진 음식들이고 중국어로 바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게 표기하는 게 맞습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불고기 같은 건 이제 불고기 써도 알아 들을 정도니까요?
◆ 조창완>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리고 불고기는 중국에서 워낙 이제 한국음식으로 알려지면서 '샤오카오(烧烤)'라고 하는 고유명사가 됐어요.
◇ 김현정> 아예 중국식 이름이 생겼어요, 불고기는?
◆ 조창완>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럼 그 경우는 그렇게 쓰면 되는 거네요?
◆ 조창완> 그렇죠. 그렇게 하면 쉬운 거고요. 가령 삼계탕 같은 경우에도 '선지탕(参鸡汤)'이라고해서 삼과 닭이 들어간 거잖아요. 그건 그대로 표기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제 가령 문화가 달라서 가령 우리나라는 명태를 황태, 동태 여러 가지로 표현을 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조창완> 중국에서는 보통 그냥 명태로 표기하거든요. 그런 것은 가령 우리나라에서는 황태탕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명태탕으로 해 준다거나. 이런 연구를 좀 해가지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아, 이렇게 제목을 바꿔도 이름을 바꿔도 요긴할 만하다 이런 정도로 해서 체계적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 김현정> 이게 그렇게 어려운 문젠 아니에요. 개개 식당들한테 맡기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지만 정부가 주도를 해서 중국통들, 이렇게 중국 잘 아는 분들한테 조언만 구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문제인데 지금까지 무심했던 게 문제네요?
◆ 조창완> 예. 사실 문광부가 했다지만 지금 중국 관광객 600만이 올해는 아마 1000만까지 갈 거예요. 중국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오고 매년 한 30%씩 증가하기 때문에 그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어떤 노력들이나 작업들 기초 예절 중에 하나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 조창완> 그런 부분들. 우리도 중국 관광지 가가지고 한국어로 표기돼있으면 기분좋은데 한국어 엉뚱하게 표기된 것 많거든요.
◇ 김현정> 엉터리 한국 표기, 외국갔다 보면 왠지 그 나라 수준과 연결하게 되고 반대로 굉장히 잘 되어 있는 것 보면 엄지 척 하고 들게 되고, 정이 가요, 그 나라에.
◆ 조창완> 조금만, 사실은 노력하면 되는 부분인데. 문화체육관광부든 국립국어원이든 주관을 해 가지고 TF를 만들거나 부서를 만들어서 정리를 해 가야겠죠.
◇ 김현정>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서울에 있는 식당들 메뉴판만 조사를 한 건데 여기서 그치지 말고 혹시 곳곳에 전국에 숨어 있는 어떤 어처구니 없는 오역들,어처구니없는 엉터리 포기들은 없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습니다.
◆ 조창완> 예, 그렇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조창완> 고맙습니다.
◇ 김현정> 중국 전문가세요. 오마이뉴스 조창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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