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고재호 전 사장 소환 "분식회계 지시한 바 없다"

檢, 밤늦게 조사 마치는대로 구속영장 청구 방안 적극 검토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재임기간 중 5조4000억원대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별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우조선 고재호 전 사장을 소환했다. 고 전 사장은 자신의 분식회계 지시 혐의를 부인했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4일 오전 고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고 전 사장은 출석하면서 "회계자료 조작을 지시한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시한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5조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회사의 엄중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답했다.

고 전 사장은 재직 중이던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매출과 이익금 조작 등으로 분식회계를 벌이도록 지시하고 회사에 자금을 지원한 은행 등에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미 검찰은 분식회계 규모가 순자산 기준 모두 5조 4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는 감사원이 밝힌 같은 기간 분식회계 규모 1조 5천억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을 상대로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하게 된 경위와 목적, 내역 등을 상세히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을 이날 밤늦게까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앞서 검찰은 고 전 사장의 전임 남상태 전 사장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지난달 29일 구속했다.

남 전 사장은 2006년부터 2012년 대우조선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면서 대학동창인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정모(65·구속수감)씨 등 측근들에게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배임 및 횡령을 저지른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사업이나 선박 사업에서 예정된 원가를 임의 축소한 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하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의 재직 시기 이뤄진 분식회계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한다고 보고, 정확한 분식회계 규모와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산업은행 부행장으로서 고 전 사장과 함께 일한 최고총괄담당 부사장(CFO)을 지낸 김모씨는 분식회계에 적극 가담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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