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용불패'도 막지 못한 KIA의 '넥센포비아'

'최고 마무리를 넘은 5년 차 신인' KIA 임창용(왼쪽)은 3일 넥센과 원정에서 9회말 2점 차 리드에서 등판했으나 박정음에게 동점타를 허용해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연장 11회 박정음이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면서 패전투수가 됐다.(고척=KIA, 넥센)
'창용불패'도 막지 못했다. 기세가 등등했던 호랑이들은 영웅 군단을 만나자 고양이로 작아졌다. 지긋지긋한 넥센 공포증이다.

KIA는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연장 11회 끝에 6-7 역전패를 안았다. 8회까지 2점 차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당한 패배라 더 뼈아팠다.

이러면서 KIA는 넥센에 무려 9연패 수렁에 빠졌다. 올 시즌 첫 대결인 지난 4월15일 승리 이후 올해 넥센에는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시즌 전적 1승9패, 절대 열세다. 넥센공포증은 이어지게 됐다.

▲믿었던 임창용도 넥센 포비아에 붕괴


이날 KIA는 사실 '넥센포비아'를 어느 정도 해소시킬 호기를 잡았다. 선취점에 이어 달아나는 점수를 계속 내면서 승기를 이어갔다. 3회 1점을 먼저 낸 KIA는 1-1이던 5회 2-1로 앞서갔고, 2-2던 6회도 나지완의 2점 홈런으로 리드를 잡았다. 4-4 동점을 이룬 9회도 상대 마무리 김세현으로부터 2점을 뽑아내 기나긴 연패를 끊는 듯했다.

하지만 믿었던 임창용이 무너졌다. 임창용은 첫 타자 서건창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고종욱에게 2루타를 맞고 2사 후 유재신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감을 키웠다.

이어 박정음을 상대하던 임창용은 보크를 범해 2사 1, 2루에서 2, 3루에 몰렸다. 설상가상으로 폭투까지 던져 5-6, 1점 차까지 쫓겼다. 결국 박정음에게 유격수 깊숙한 내야 안타로 동점을 허용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KIA 김기태 감독이 3일 넥센과 홈 경기에서 9회 임창용의 보크 때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고척=KIA)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연장 10회를 잘 막아낸 임창용은 11회 고종욱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강판했다. 후속 한기주가 도루와 볼넷, 유재신의 번트안타까지 무사 만루에 몰렸고, 박정음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주자를 허용한 임창용이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임창용에 대한 KIA와 팬들의 기대감은 컸다. 지난해 구원왕(33세이브) 등 통산 232세이브를 거둔 최고 마무리인 '창용불패'였다. 비록 해외 도박 스캔들도 올해 삼성에서 방출된 데다 정규리그 50%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KIA의 뒷문을 잠가줄 적임자로 꼽혔다.

지난 1일 복귀전에서 임창용은 최고 구속 149km를 찍으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 임창용조차 호랑이 군단의 넥센 악몽을 막지 못한 것이다.

▲KIA, 최근 3년 넥센전 9승33패

KIA의 넥센 공포증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돼왔다. 지난해와 2014년 상대 전적이 모두 4승12패, 일방적으로 밀렸다. 가장 상대 전적이 나쁜 팀이 넥센이었다. 2013년에는 그나마 7승9패였지만 역시 열세였다.

올해도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넥센에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2013년의 7승9패다. 2012년 12승6패1무로 압도했던 게 아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사실 KIA는 6월을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21~26일까지 5승1패, 주간 성적 1위를 차지한 KIA는 29일 LG전까지 6연승을 내달렸다.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30일 LG에 덜미를 잡히긴 했지만 LG와 주중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그런 KIA는 넥센을 만나면서 깊은 침체에 빠졌다. 7월의 첫 날 7-10 완패를 안은 데 이어 2일에도 5-8 역전패를 안았다. 그러더니 3일에는 악몽과도 같은 대역전패를 안은 것이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까지 올랐던 KIA는 주말 3연전을 몽땅 뺏기면서 7위로 하락했다. 33승41패1무로 5위 롯데와 승차가 2경기로 벌어졌다. KIA의 승패 마진 -8승은 넥센과 상대 전적의 마진과 똑같다. KIA가 넥센포비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올해도 포스트시즌은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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