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선물받아 행복해요~" 오늘도 즐겁고 친절한 웹툰작가 지현씨

간암과 동행하며 유머 속에 존재 의미 담담히 녹여 내

"암이요? 받아들이기 나름 아닌가요? 저는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이 '선물' 덕분에 앞으로 얼마일지 모르지만 진짜 의미있고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흔히 '암'이란 단어는 극한의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서기에 입 밖으로 표현하기조차 머뭇거려지지만, 빗줄기속에 만난 웹툰작가 이지현씨(44)는 "암 환자 맞나?" 싶을 정도로 스스럼이 없었다.

서울 토박이인 지현씨가 삶의 터전을 전북 전주로 잡은 것은 2013년 암 진단 이전이었다고.

서강대를 졸업하고 남편을 만나 결혼해 학습지 일러스트레이터와 육아만화 작가 등으로 활동하며 서울과 일산에서 생활해오던 지현씨는 '도시 빈민'에게 적합한 곳을 찾아 인터넷 서핑을 하다 '전주'를 발견해내고는 손뼉을 쳤다.

고전과 현대가, 맛과 멋이, 또 사시사철 다채로운 축제가 펼쳐지는 전주가 가진 '스펙'에 눈이 멀어 그냥 주저없이 전주로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B형 간염 보균자로 간경화를 앓았던 지현씨는 전주로 내려온지 얼마 지나지않아 간암 1기 확정판정을 받았고, 이때부터 지현씨는 자신이 사는 이유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3,000여만원의 암 진단 보험금은 인문학 도서 구입과 스터디 모임 등 늦깎이 공부와 여행에 탕진했고 그 덕분에 지현씨는 "오늘 내가 사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보통 간암 1기는 5년후 생존율이 절반정도라고 하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그것은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날들이 더욱 소중하고 또 내가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고, 그만큼 또 열심히 살게 되더군요"

이미 한국 만화영상진흥원 공모전에 당선되는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지현씨는 지금도 KT 올레 웹툰에 연재를 하고 있으며, 제 10회 대한민국 창작만화 우수상을 뽑힌 '소풍'은 많은 이들에게서 눈물샘의 잔고를 비워내기도 했다.

실제로 친구 가운데 한 명이 '소풍'을 보고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는데, 그 작가가 바로 지현씨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친구는 지현씨에게 숱한 매질을 가하기도 했다고.

지금도 '야오네집'이라는 제목의 웹툰으로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슬픔, 주변인들이 삶과 이별하는 모습 등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는 지현씨.

그날이 그날같은 매일을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

행복한 아이를 길러내기 위해서 행복한 부부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는 소중한 이치를 깨우쳐 준 것.

지현씨는 그것이 바로 지금함께 하고 있는 고마운 '선물' 덕분이라고 말했다.

선물이 안겨준 의미를 충분히 파악했기에 이제 그 선물을 떠나보내려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머리띠를 두르고서 오늘도 전사가 돼 웃음을 잃지 않고 간암과 씩씩하게 맞서는 지현씨.

암과 사투를 벌이는 환우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을 묻자 단호히 "없다"고 말한 지현씨는 "지금 처한 환경에 대처하는 해법은 각자 스스로가 찾아야하며, 세상 누구나 다 소중한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해법은 꼭 있다"고 말했다.

"세상은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運命의 命은 배에 비유할 수 있고, 運은 바로 자신이 잡고 있는 키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 혼자 항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로 내 주변에서 같은 항해를 하고 있는 '운명'의 주인공들이 항상 곁에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은 것이죠"

인터뷰내내 친절함을 잃지 않고서 웃음을 머금었던 지현씨에서는 어느 한 구석에서도 병마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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