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야, 광고야?…6년간 PPL 광고비 '1700억원' 달해

더민주 이재정 의원 "간접광고 의존과 집중 지나쳐…상업화 초래 우려"

(사진=영상 캡처)
"집안 공기가 왜이래? 공기청정기 좀 켜라니까~"
"그 돈이 어떤 돈인데 TV를 사면 어떻게 해요?"

드라마 내용이나 흐름에 아무 상관없는 대사와 함께 특정 회사의 로고가 적힌 공기청정기와 TV가 화면에 비춰진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 특정기업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노출해 제품의 이미지, 명칭 등을 홍보하는 일종의 광고마케팅 전략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다.

간접광고는 이를 접한 소비자들이 잠재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상품의 이미지를 심고, 갖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별다른 저항감 없이 무의식적으로 제품 이미지를 심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지난 2010년 간접광고가 합법화된 뒤, 도입 6년 만에 광고액이 17배 증가, 간접광고에 대한 의존과 집중이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이는 방송의 상업화로 이어지면서 방송의 질도 떨어질 뿐 아니라 시청자의 시청권까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국회의원(비례대표)이 방통위의 '간접광고 합법화 이후 연도별·방송사별 방송광고 수입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0년 지상파 3사를 통틀어 27억 원에 불과했던 간접광고액은 지난해 말 기준 4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0년 대비 17배가 증가한 수치다.

또 지난 6년간 간접광고액은 총 1696억 원에 달할 정도로 간접광고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 지난 2010년 2억원에 불과했던 간접광고액이 지난해 134억으로 무려 67배로 늘었다. MBC는 13배(13억→159억), SBS는 11배(12억→143억) 등 방송사의 광고수주에 있어 간접광고 비중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이번 집계에 종합편성채널 4사의 자료는 제대로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와 이재정 의원실은 JTBC MBN 채널A 등 3사의 미디어렙사는 2011~2014년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렙사(방송광고판매대행자) 설립 이전"이라 자료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TV조선은 "영업상 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제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 4사의 자료를 합하면 간접광고 비중은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미디어스에 따르면 2014년 설립된 종편 미디어렙 4곳은 그해에만 각 종편의 방송광고판매를 대행하면서 수수료 매출로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순으로 보면 JTBC미디어컴(128억원), TV조선(90억원), 채널A(54억원), MBN미디어렙(14억원)이다.

이재정 의원은 "최근 한류를 이끄는 영화, 드라마 등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많은 시청자들이 광고를 보는 건지, 방송을 보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간접광고 도입 당시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의 지나친 상업화는 방송을 또다른 광고로 전락시켜 방송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방송의 공익성과 시청자의 시청권을 해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엄중한 기준을 통해 방송의 질 저하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종편 4사가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것에 대해 "방통위에 재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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