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시대는 고조선의 멸망 후부터 사국시대(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개막까지, 시기적으로는 서기전 1세기부터 5세기까지 600여 년 동안을 가리킨다.
2000년 이상 군림하던 고조선의 붕괴로 무주공산이 된 만주와 한반도 땅에서 수많은 거수국들이 역사의 주인을 자처하며 치열하게 자웅을 겨루었던 역동적인 시기인 것이다.
그 시기에 건립되고 스러져간 수많은 나라 가운데 오늘날까지 이름이 전하는 나라는 동부여, 읍루, 고구려, 동옥저, 동예, 최씨낙랑국, 대방국, 한(삼한), 신라, 백제, 가야 등 몇 십 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이 이 땅에 존재했음은 사료가 증명하며, 다만 우리가 소홀히 하고 있었을 뿐이다.
『한국 열국사 연구』는 그 잊혀졌던 시대, 잊혀졌던 사건을 묵향 가득한 사료를 통해 21세기로 소환한다.
고조선이라는 제국이 사라진 땅, 그 땅에서 '고조선의 후예', '고조선의 정통 계승자'임을 자처하며 세력을 확장하려는 열국들의 시도는 치열하고도 처절했다.
저자는 드라마틱한 각국의 흥망성쇠를 역사학자답게 설득력 있는 문헌을 제시하며 차분한 논조로 설파한다.
『한국 열국사 연구』는 여는 글, 제1장 열국의 건국과 주체세력, 제2장 열국의 발전과 내외활동, 제3장 열국시대에 대한 종합 검토, 맺는 글 등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여는 글에서는 열국시대의 중요성과 기본사료의 이용 방법, 제1장에서는 열국의 건국 과정과 건국 연대, 주체세력과 혈통, 제2장에서는 열국의 발전 과정, 각국의 주요 활동과 그 성격을 조망한다.
제3장에서는 열국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종합 정리, 맺는 글에서는 한국사에서 열국시대가 갖는 의미와 전망을 이야기한다.
각 장은 독립된 한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관심 있는 부분만 따로 떼어 읽어도 된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한국사 가운데 가장 연구가 부진한 부분은 고대사로서 고조선시대와 열국시대"라고 탄식한다.
열국시대가 중요한 이유는 그 시대가 "한국사의 뿌리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지은이는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