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음주 단속' 통과?…안전불감 조장 논란

음주 택시 승객 사망에 "영업 차량 음주 단속해야" 비판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지난 5월 대구에서 택시를 탄 박모(31)씨는 의아한 일을 겪었다.

전방 도로에서 음주 단속을 하던 경찰이 택시를 잡지 않고 통과시킨 것이다.

택시 기사도 으레 그래온 듯 단속 구간을 유유히 지나쳤다.

박씨가 택시 기사에게 "왜 음주 단속을 하지 않느냐?"고 묻자 "우리(택시)는 영업용 차량인데 일일이 어떻게 단속하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술 마시고 운전하면 승객이 단번에 알아차린다"며 "택시가 음주운전을 하는 건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기사는 되받아쳤다.

◇ 택시는 무조건 통과? 초법적 존재 논란

도로교통법 제44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면 안 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교통 안전과 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 시 음주 단속을 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실제 단속 현장의 상황은 다르다.

위 사례처럼 택시 등 영업 차량은 단속에서 제외되는 것이 통상 관례로 굳어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음주 단속 '제외 차량'이라는 개념은 없다"며 "물론 택시도 단속을 하는 것이 맞지만 운전 기사와 승객 모두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을 통과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음주 측정을 대기하는 시간이 추가로 소요돼 기사와 승객 모두 불편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 조모(33)씨는 "급한 일로 잡아 탄 택시가 음주 단속을 바로 통과해 빨리 목적지에 갈 수 있어서 편하고 좋았다"며 "운전이 밥줄인 택시 기사가 음주운전을 한다고 의심해본 적은 없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개인택시사업조합 관계자는 "기사 입장에선 단속에 시간을 뺏기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며 "경찰이 영업 차량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음주 단속을 한다면 반대하는 기사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밝혔다.

◇ "우린 안 잡으니까" 통과 관행 안전불감 키워

이렇듯 되풀이된 음주 단속 통과 관행이 자칫 택시 운전 기사의 해이감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30일 청주에서 택시 기사가 음주운전을 하다 애먼 승객이 숨지는 사태가 빚어지자 이 같은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 택시 기사들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지난 2012년 449건, 2013년 404건, 2014년 382건으로 최근 3년간 400건이 넘는다.

택시 기사에게서 술 냄새가 나 불안했다는 승객들의 경험도 의외로 많다.

시민 최모(28)씨는 "간밤에 마신 술이 덜 깬 상태로 아침에 운전대를 잡는 택시 기사가 꽤 많은 것 같다"며 "이런 사고가 터진 이상 택시 등 영업 차량도 무조건 단속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영업 차량이라는 이유로 단속을 건너뛰는 건 안전을 강조하는 현 사회 분위기와 동떨어진 구태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더군다나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이 대두되면서 교육당국과 경찰은 수학여행 버스 운전 기사를 상대로 출발 전 음주 측정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동일한 운수업에 종사하는 택시 운전 기사를 음주 단속에서 제외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 택시·버스 운수업종 차량 단속 사각지대 개선 필요

이 같은 지적에 경찰 관계자는 "음주 단속을 하다 택시를 잡으면 '왜 잡느냐, 과잉 단속이다, 융통성이 없다'며 운전 기사와 승객 모두 핀잔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단속 현장에 딜레마가 존재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승객이 탑승한 택시 차량의 경우 단속을 통과시키는 등의 '느슨한' 단속이 운용의 묘를 살리는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택시 등 영업 차량에 대한 적극적인 음주 단속을 위해선 운수업계와 시민 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도로교통공단 김정래 박사는 "타 선진국의 경우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차량이 모든 교통법규와 단속의 기준"이라며 "우리 사회는 영업 차량에 대해 단속 제외 등 특혜 아닌 특혜를 부여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다수의 승객을 태우는 운수업자를 상대로 더 엄격한 안전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맞다"며 "이번 택시 음주 사고를 계기로 운수업종 차량의 단속 사각지대 실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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