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어제 언론노조가 이른바 '이정현 녹취록'을 공개해서 언론계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두 차례 전화해서 "해경과 정부를 짓밟아서 되겠느냐", "보도내용을 빼달라" 등등 보도를 통제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데요. '세월호 보도 통제 녹취록' 파문, 이 뉴스의 행간을 오늘 짚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말씀하신대로,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KBS에 전화한 내용이 그야말로 리얼하게 공개됐어요.
◆ 김성완> 맞습니다. 혹시 음성파일 들어보셨나요? KBS 보도국장도 난다 긴다 하는 자리인데, 이정현 홍보수석은, 그런 보도국장을 거침없이 상대합니다. <뉴스9> 보도가 왜 잘못됐는지 화를 버럭버럭내면서 분기탱천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비속어와 욕설까지 내뱉었는데요. 이번에 공개된 음성파일과 녹취록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2014년 4월 21일 밤 9~10시와 30일 밤 10시경 무렵 통화한 내용입니다. 4월21일 KBS가 9시 뉴스에서 선박 관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해경을 비판 보도했는데, 이걸 두고 이정현 수석이 전화를 했던 거죠. "국가가 어려운 시점에서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 이렇게 강하게 항의했는데, 내용을 보면 KBS 김시곤 보도국장은 "우리 보도가 무슨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이정현 수석은 "솔직히 말해서 의도가 있어보여요. 이상한 방송들이 하고 있는 것과 같이 똑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돼 있구요. 4월 30일에 해경의 통제로 해군이 구조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에 이 수석이 전화를 걸어서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 이렇게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언론단체들은 "세월호 언론 청문회를 열어서 보도 통제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세월호 보도, KBS에 전화한 청와대,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첫 번째 행간은 "나는 친해서 전화한 건데, 왜 언론 통제라고 하는 거야"입니다.
어제 녹취록 공개된 직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해명한 말을 해석하면 이런 뜻입니다. "김시곤 국장하고는 평상시에도 친분이 있었던 사이라 통화가 조금 지나쳤다", "제 불찰이고 김 국장에게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격의 없이 욕설까지 사용하며 격하게 항의했다는 거죠. 물론 당시 다급한 상황일 수 있고 감정 격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자리에 주목해야합니다. 결국 보도에 불만을 얘기하면서 기사 꼭지 빼라는 것이고, 결국 이런 이 수석의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이 수석은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라는 말까지 동원하면서, 다른 아이템으로 대체하든지 녹음을 다시 해달라고 요구했는데요. 결국 김시곤 국장의 입에서 "제가 하여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볼게요"란 말을 얻어냅니다. 실제로 이날 밤 자정뉴스인 <뉴스라인>에서는 해경과 해군이 손발이 맞지 않아 사고 초기 시간을 허비했다는 리포트가 빠졌습니다.
◇ 김현정>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KBS 녹취록 파문, 또 어떤 행간이?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그가 전화할 장소, 즉 번짓수가 틀렸다"입니다.
두 사람이 통화 내용 들어보면 갸웃하게 됩니다. 당시 청와대가 전화해야 할 곳은 KBS가 아니었죠. 구조에 혼선 있으면 해경에 전화를 했어야 합니다. 국방부가 '해경이 막아서 구조 못했다'고 보도자료 냈으면 국방부를 질책해야지, 왜 KBS 보도국장한테 전화를 합니까. 그러면서 국방부 어쩌구 저쩌구 욕을 하고. 번짓수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죠. 이정현 수석 자신도 인정합니다. "답답한 게 어떻게 정부 부처 내에서 이렇게 충돌이 나고 이렇게 엉터리 서로 비난하는 이런 보도자료가 나오느냐 도대체가" 이렇게 말이죠.
KBS가 잘못된 보도를 한 것도 아닙니다. 또 KBS가 엄청나게 정부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도 아닙니다. 다른 매체가 하는 정도 수준의 보도였거든요. "해경도 잘한 거 없다" 수준이었는데, 단지 공영방송이란 이유로,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 이건 정말 심각한 여론조작입니다. 이러니까, "청와대가 걱정한 건 국민이 아니고 대통령의 안위였던 게 드러났다"는 말이 야당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다른 행간이 더 있다면요?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한 번만 바꿔주면 안될까"입니다.
이정현 수석이 두 차례 통화하면서 계속해서 이 말을 반복합니다. "나 좀 살려주쇼", "지금은 조금 봐 주십시오", "한번만 도와주시오", "나 여기 출입처잖아 전화 좀 해줘". 국민들이 이런 내용 들으면 마치 청와대가 읍소한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런데 언론 종사자들은 다 압니다. 요청이 아니라 협박이라는 것을. 만약 이 요청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아는 거죠. "한 번만 바꿔주면 안될까", 이 말은 청와대가 KBS에 할 말이 아니고, 국민들이 청와대에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릅니다. 청와대와 정부의 시각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각, 이제는 한번만 바꿔주면 안될까", 국민은 묻고 있습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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