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 예술가와 잉여공간이 만났다 '버스킹 하자!'

거리공연 공유경제 플랫폼 버스킹TV 남궁요 대표

[스타트업iN]은 벤처 정신으로 똘똘 뭉친 혁신과 기술, 아이디어를 가진 희망 스타트업과 당찬 모험가들을 찾아가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버스킹(Busking) 또는 스트리트 퍼포먼스(Street Performance)라 불리는 거리공연의 시작은 멀리 고대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로 공연장이 없던 시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이나 마을 어귀에서 악기연주나, 곡예, 연기, 노래 등의 다양한 예능을 가진 이들이 장기를 펼치면 구경꾼들은 답례로 돈을 주거나 음식, 현물 등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특히 잔칫집에서는 이들 공연이 빠질 수 없었는데, 상류층은 고급 무희를 들였고, 일반인들은 거리공연단의 재간을 즐겼다.

이런 거리공연 문화는 근대에 아시아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다 오늘날의 형태로 세계 각국으로 퍼졌다. TV와 라디오 등 방송매체가 성장하면서 안방극장에서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비주류로 터부시되는 수많은 예술가들은 여전히 거리를 찾고 있다. 다행히도 문화의 다양성, 한류문화의 영향으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지하철이나 빌딩숲, 공원 등 잉여 공간을 활용한 거리공연을 통해 활발한 거리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버스커 페스티벌 등 대규모 공연문화가 성행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주류로 대접 받고 있지 못하다. 이런 환경에서 출발한 거리공연 공유경제 플랫폼 버스킹TV(Busking Play)는 공간주에게는 사람들이 모이는 활발한 공간이라는 홍보효과를, 아티스트에게는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공연의 기회와 홍보, 소정의 활동지원금을 제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주류 연예인들도 버스킹TV를 통해 깜짝 쇼케이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버스킹(거리공연) 공유경제 플랫폼 버스킹TV(www.buskingplay.com)의 남궁요(36) 대표를 서울 당산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버스킹TV 남궁요 대표 (사진=김민수 기자)
▶버스킹. 생소한 용어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버스킹TV 소개 부탁드립니다.

= 버스킹티비주식회사는 2013년 9월 창업을 시작해 ‘버스킹 플레이(Busking Play)’라는 브랜드로 버스킹(거리공연) 영상을 제작해 홍보하는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버스킹TV는 공연자인 아티스트와 공연이 가능한 공간을 보유한 공간주(空間主)를 연결해주고, 공연 영상을 제작해 홍보함으로써 거리공연 아티스트에게는 대중과 만나는 공연의 기회를, 공간주에게는 사람들이 모이는 핫 플레이스가 되도록 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입니다. 이런 일반적인 거리공연을 버스킹이라고 합니다. 국내 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더 활성화 되어 있는 문화죠. 특히 유튜브·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소셜 채널을 통해 멋진 공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 플랫폼이라면 서로 무엇인가를 나눈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 정도로 버스킹(거리공연) 문화가 활발한가요?

= 공유경제라는 게 물건을 소유의 개념 대신 서로 대여해주고 나누어 사용하는 경제활동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버스킹TV의 경우, ‘공간’을 공유경제 협력소비의 한 테마로 본 거죠. 제가 2014년 7월에 정부 글로벌창업지원 프로그램에 뽑혀 3개월 간 미국 실리콘 밸리에 간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대표적인 공유경제 플랫폼인 차량 공유 서비스 리프트(Lyft)를 처음 이용하면서 커다란 공유경제의 흐름에 눈을 떴어요. 단순히 버스킹(거리공연)을 촬영해 영상을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공간주를 연결해 빈 공간을 문화공연장으로 활성화 시키는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죠. 현재 코엑스몰, CGV, 현대씨티아울렛,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랜드마크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 3천회 정도 공연을 진행하면서 나름 큰 반응을 얻어냈습니다. 아직 비주류로 분류되는 아티스트는 지속적인 버스킹을 통해 나름의 팬덤(Fandom)을 만들어내고 아직 부족지만 소정의 활동지원금을 받으면서 예술 활동을 지속해나갈 수 있습니다.


▶남궁요 대표에 대해 소개 해주세요.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창업하게 된 건가요?

= 저는 서울 토박이 인데요, 상도동에 쭉 살면서 고등학교 때는 전국복음성가대회에 나가기도 했고, 동네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동네와 가까운 보라매공원에서 공연도 하고 했어요. 장르는 저항적이고 반항적인 하드코어였는데, 가요도 부르고 그랬어요. 사실 돌아보면 하드코어라고 하긴 좀 그랬던 것 같네요. 인디밴드 낭만유랑악단의 예전 멤버들이 저와 같이 활동했던 동네 밴드 출신 친구들이에요. 지금은 낭만유랑악단에서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정인성도 있었고요. 이 친구를 보면서 오랜 시간 버스킹을 하는데, 뭐든 한 가지만 열심히 해도 뭐가 되긴 되겠구나, 깨닫게 해줬어요. 무엇보다 저에게 버스킹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 해준 친구죠. 저는 좀 다른 길을 걸었는데, 2010년 GS홈쇼핑에 입사해 플랫폼 사업팀에서 커머스 플랫폼 개발을 담당했어요. 당시엔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생소했었는데, 인터넷 기반 플랫폼을 개발하는 일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이 분야에 눈을 일찍 뜨게 됐습니다. 2년 정도 일하다 창업을 해야겠다 싶어서 2013년 4월에 회사를 나와 유럽 여행을 떠났는데, 파리와 런던을 경험하면서 무엇보다 버스킹, 이 길거리 공연 문화가 너무 잘 되어 있는 거에요. 거기서 콘텐츠의 비전을 봤고, 우리가 해보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오히려 우리 공연을 해외에 수출하면 잘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럽은 워낙 방송채널 장르가 다양해서 여기에 버스킹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론칭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구나 싶어 한국에 돌아가 바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버스킹TV의 탄생이었죠.


▶한류문화가 요즘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주류의 이야기이지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국내 거리공연, 버스킹 콘텐츠가 시장성이 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 버스킹TV는 사실 좀 더 그림이 컸어요. 그런데 만들다보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줄이고 줄여서 만든 단위가 바로 버스킹TV였고, 처음에는 공연만을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유튜브/페이스북)에 홍보하는 형식이었어요. 하지만 시작하다보니 공간의 개념이 중요하더라고요. ‘버스킹존(Busking Zone)’이라는 개념은 있었지만 공간도 비즈니스라는 O2O(Online to Offline) 개념이 이 때 추가됐습니다. 바로 버스킹존을 중심으로 공연관리는 물론 공연하기 좋은 공간을 확보해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겁니다. 공간주들로부터 호응이 있어요. 사실 글로벌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것은 제 궁극적인 목표에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국내에 버스킹 문화를 확산시키고, 단순히 그들만의 공연이 아니라 버스커들이 지속적으로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현재의 구상입니다. 이것을 수치적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솔직히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버스커들에게 거리공연을 하면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처럼 성공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들에게는 꿈이고 희망이고 행복입니다. 저는 그 가치를 버스킹TV를 통해 표출하는 것이고요.


▶애착이 패착이 된 사례는 없나요?

= 버스킹TV를 하면서 거리공연을 촬영할 때, 고가의 장비와 많은 인력을 투입해요.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죠. 그런데 만들고 보니 막상 재미가 없을 때가 가끔 있어요. 막막하죠. 출연한 버스커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은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버스킹 시장 규모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요?

= 정부의 문화예술 예산은 1조5천억 원 규모로 이 중 절반이 공연과 관련된 예산입니다. 민간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버스킹 분야 전문 플랫폼으로는 사실상 버스킹TV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버스킹TV는 아직 투자를 받지 않았는데요, 국내 투자자들이 버스킹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장에서 검증받은 연예인의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디밴드 장미여관의 경우,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기와 유명세를 탔어요. 아무래도 미디어의 힘이 뒷받침된 계기가 있었겠지만 충분히 음악적으로나 대중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감이 형성된다면 대중화 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자체적으로도 운영이 가능합니다만, 더 큰 성장 가능성에 목표를 두고 좋은 투자자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2015년 코엑스몰 주최, 버스킹TV 주관 '버스킹라이징스타' 행사 모습. 총 상금 1800만원을 걸고 전국의 참가자들이 경연을 펼쳤다. (사진=버스킹TV 제공)
▶버스킹TV 동영상 퀄리티가 훌륭한 것 같습니다. 가수 공연만 하게 되는 건가요?

= 공연 현장을 촬영하는데 있어 노하우가 출중한 전문 제작팀이 투입됩니다. 풀HD급 이상으로 제작을 하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냥 거리공연이 아니라, 정말 수준높은 공연을 선보입니다. 버스킹은 다양하고 장르 구분이 없어요. 가수나 밴드가 노래를 부르거나 마임을 하거나 곡예를 하거나 댄스팀이 춤을 추거나 무엇을 해도 상관없죠.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유명 가수나 외국인이 공연하는 영상도 있던데요?

유명한 걸그룹이나 가수, 내한공연을 하는 외국팀이 프로모션으로 버스킹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저희가 제작하는 영상 콘텐츠가 우수하다는 근거이기도 하고요,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핫 플레이스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플랫폼이라는 기대가 많습니다.


▶회사규모와 매출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 버스킹TV는 MCN 사업팀, 공연사업팀, 개발‧운영‧기획을 담당하는 플랫폼팀에서 15명의 정규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4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두 배인 15억 원을 모표로 하고 있어요. 올해 초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맞췄습니다. 공연 현장이 소규모라 하더라도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절감할 수 있는 ‘모바일 버스킹공연관리시스템’을 곧 오픈할 예정인데요, 공간주의 공간정보 관리, 공연자 정보 관리, 공연평가, 관객 홍보 및 참여도 분석 등이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부대비용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개입을 최소화 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버스킹공연관리시스템이 적용되면 수익 활성화에 도움은 물론, 공연자와 공간주, 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버스킹TV의 성장 계획을 알려주세요.

= 2013년 버스킹TV 채널링 이후 성장 그래프나 재무적인 환경이 유의미하게 좋아지고 있어요. 2015년부터 3천회 가량의 버스킹이 진행됐고, 공간주 분들도 좋은 반응을 보내주고 계세요. 내부적으로 올해 까지는 버스킹TV가 사업 안정화를 위한 베타버전 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글로벌 마켓을 염두 하고 시장 확대를 목표로 글로벌 버전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MCN 모델링도 더욱 강화 할 예정이고요. 현재는 가장 잠재력이 높은 시기입니다. 버스킹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콘텐츠입니다. 모바일을 이용한 동영상 트래픽이 비약적으로 늘고 있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이 그 선두에 있습니다. 버스킹TV는 이러한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버스킹과 만나는 면적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국내 아티스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과연 이것이 될까 갸우뚱 하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문화 콘텐츠만큼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큰 것도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버스킹 페스티벌이 열릴 정도로 일반화 되어 있고, 하나의 문화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해외 버스커나 그룹들과 교류할 계획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창업이 참 어려우면서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묘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스타트업을 꿈꾸거나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분들게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 창업은 재미있는 것 같아요.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떠나서 인생에서 한번은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타이밍이 중요하죠. 버스킹TV도 오랜 시간 지켜보고 고민하다 시작한 사업입니다. 아이디어에만 기대지 말고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시작하세요. 창업은 타이밍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5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2014년 759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행된 공연 건수는 총 4만7489건, 공연 횟수는 20만 228회로 전년대비 각각 5.1%, 0.9% 늘어났다. 양적으로는 다소 늘었지만 성장세는 둔화되고 대형 기획사와 소규모 공연단체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세월호 여파와 브라질 월드컵 등 대내외적인 이슈로 위축된 소비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모바일 기기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미디어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DMC미디어가 유튜브, 네이버 TV캐스트, 페이스북, 곰TV, 다음tv팟, 푹(pooq) 등 주요 매체별 온라인 동영상 시청 행태를 심화 분석한 '2016 인터넷 동영상 시청 행태 및 동영상 광고접촉 태도와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시청자는 모바일을 통해 동영상을 더 자주 더 많이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일주일에 평균 4-5일 이상, 일 평균 4편 이상 온라인 동영상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동영상 매체 1위로 꼽힌 유튜브의 경우 주 평균 시청일수가 PC는 3.9일, 모바일은 4.4일로 나타났다. 또한 모바일 이용자는 일주일에 6~7일 이상 동영상을 본다는 응답이 35.4%로 가장 많았다.

버스킹TV는 이런 소비행태에 주목한다. 다순히 오프라인에서 거리공연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킹이라는 거리공연 문화를 동영상으로 옮겨 콘텐츠 소비를 확대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다. 음악방송의 스튜디오를 거리로 옮겨놨을 뿐 시청자와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만난다. 공간주는 문화 콘텐츠 장을 마련하고, 아티스트는 공연을 선보인다. 버스킹TV는 아티스트의 재능과 문화 콘텐츠 소비자의 힘을 믿고 있다. 버스킹이 결코 작은 시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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