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우조선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검찰은 남 전 사장이 2008년 유럽에 위치한 대우조선 지사 2곳을 통해 비자금 50만 달러(당시 환율로 5억원 상당)를 조성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이 자금으로 대학동창인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정모(65·구속수감)씨의 해외 페이퍼컴퍼니 지분을 취득하고, 업체로부터 수억원대 배당금을 챙겨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남 전 사장의 지시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의 해외 지분 취득에 (회삿돈이)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대우조선해양 돈으로 남 전 사장이 협력업체에 투자해 해외페이퍼컴퍼니 지분을 얻고 계속해서 배당금을 받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남 전 사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 지분 투자 등에 사용한 비자금 계좌와 해외 송금자료 등을 찾아낸 상태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빼돌린 회삿돈과 정씨로부터 배당금 명목으로 챙긴 뒷돈의 규모가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는 남 전 사장이 조성한 수십억대 비자금의 용처와 내역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전날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혐의로 남 전 사장을 구속했다.
남 전 사장은 2006년~2012년 대우조선 최고경영자를 지내면서 협력업체 회장인 정씨 등 측근들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배임 및 횡령을 저지른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남 전 사장은 지난 2009년 10월 자회사 디섹을 통해 정씨가 대주주인 부산국제물류(BIDC) 지분 80.2%를 사들이도록 했다. 검찰은 대우조선에서 BIDC로 흘러간 육해상운송비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1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이처럼 일감을 몰아준 뒤 BIDC의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배당소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업무상 횡령과 배임증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증거위조교사 등의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남 전 사장은 또 측근인 건축가 이창하씨를 통해 거액의 배임과 횡령을 저지른 의혹도 받고 있다. 이씨가 연루된 오만 선상호텔사업과 서울 당산동 사옥 매입, 삼우중공업 잔여지분 고가매입 등을 통해 특혜를 주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을 상대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자신의 연임을 위해 정·관계 로비를 시도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남 전 사장 재임기간인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정황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함께 남 전 사장이 중요 증거물을 다른 장소에 감춰놓고, 임직원 등 관련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부탁한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