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지 않고 정당 가입이 전면 허용되는 언론인에게 언론매체를 이용하지 않은 선거운동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결정이다.
헌재는 30일 김어준(48)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43) 시사인 기자가 낸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60조 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해왔다.
헌재는 "'언론인'이라는 단어 외에 대통령령에서 정할 내용의 한계를 설정해주는 다른 수식어가 없다"며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방송, 신문, 뉴스통신 등과 같이 다양한 언론매체 중에서 어느 범위로 한정될지, 어떤 업무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 자까지 언론인에 포함될 것이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다수 재판관들의 의견이다.
헌재는 이어 "언론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 언론인이 가져야 할 고도의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볼 때 언론의 선거 개입이나 편향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는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할 수 있다"며 "일정 범위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정 범위의 언론인을 대상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규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현 공직선거법 해당 조항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언론의 편파적 보도나 논평은 공정보도 의무 위반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등에서 제재조치나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이미 언론기관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의사를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인터넷신문을 중심으로 일반 시민과 언론인의 경계가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점도 위헌 결정의 근거로 삼았다.
"기존에 언론의 소비자의 지위에 머물렀던 일반 시민이 언론에 직접 참여하고 그들이 작성한 기사가 발행되는 오늘날 언론인의 개념에 대한 인식 역시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언론인에게 언론매체를 이용하지 않은 선거운동까지 전면 금지할 필요는 없고, 언론매체를 통한 활동은 이미 충분히 규율하고 있어 언론인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결정"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반면,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언론인이 정치적 현실의 전달자나 해설자 역할을 넘어서 자기가 직접 정치적 투쟁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면, 언론인 개인 뿐 아니라 언론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앞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진행한 이들은 2012년 4월 총선 직전 옛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와 김용민 후보 등을 공개지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씨 등은 공직선거법 조항에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언론인의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돼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이 이를 받아들여 2013년 1월 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