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제1부(부장검사 서봉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혐의 등으로 안모(41) 씨 등 13명을 구속기소하고, 7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시중은행에 대출을 알선한 혐의로 브로커 나모(46) 씨 등 3명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수출신용보증서를 불법으로 발급받은 혐의로 브로커 김모(46) 씨 등 2명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페이퍼컴퍼니에 불법으로 대출해주는 대가로 수억 원을 챙긴 우리은행 지점장 A(48) 씨 등 은행원 3명 역시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매출실적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한 뒤 세무서에 허위로 매출을 신고하는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등 작년 4월부터 1년 동안 8개 시중은행으로부터 170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사업자 편의를 위해 마련한 금융제도를 악용한 사례였다.
검찰 조사결과, 안 씨 등은 법정신고기한을 넘겼어도 과세표준신고서를 낼 수 있도록 한 '기한 후 신고' 제도를 범죄에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한 후 신고를 하면 세무서에서 약 2개월 후 세금납부고지서를 발송하므로 사업자는 이 기간 동안 세금을 내지 않아도 표준재무제표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
안 씨 등은 조작된 재무제표로 세무서에 거짓으로 매출을 신고한 뒤 명의상 대표 등을 내세워 건실한 회사로 가장해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뜯어낼 수 있었다.
브로커 김 씨 등은 '영세율 제도'를 범죄에 이용했다.
영세율은 특정 재화나 용역에 0%의 세율을 부가해 부가가치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로, 영세율이 적용된 수출실적은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을 의무가 없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과거 2~3년의 매출실적을 모두 영세율 적용 대상으로 가장해 신고하면서 증빙서류도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조작한 수출서류를 가지고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은행에서 거래대금을 뜯어냈다.
대출브로커와 은행 직원들 간의 유착관계도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 조사결과, 나 씨 등은 은행 임직원로부터 대출심사를 수월하게 받게 해주는 대가로 알선수수료 4억 3천만 원가량을 챙겼다.
우리은행 지점장 A 씨는 지점장 대출전결권을 이용해 브로커 나 씨 등이 신청한 대출금 5억 원을 초과한 7억 원을 대출해준 뒤 2억 5천만 원을 챙겼다.
국민은행 지점장 B(52) 씨는 페이퍼컴퍼니에 준 대출이 연체되면서 인사상 불이익이 예상되자 새로운 페이퍼컴퍼니에 기존 연체금을 변제하는 조건으로 대출해주는 '돌려막기'식 대출도 서슴지 않았다.
검찰은 금융기관 대출 심사 시 동종 범행 수법에 유의하도록 금융감독기관에 감독 강화를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