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천황폐하 만세' 외친 이정호 왜 징계조차 안하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산하기관의 고위간부가 공식석상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로 구성된 광복회에서는 즉각 사퇴를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즉각 경질하하고 촉구하는 등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징계나 대기발령 등 아무런 조치가 없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천황폐하 만세' 외친 이정호 왜 징계조차 안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지난 27일 국회정무위에 출석해 더민주 민병두 의원(좌)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정호 센터장(우) (사진=국회 정무위원회 영상 캡처)
▶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건 확인이 됐나?

= 국무조정실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니까 확인 됐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이르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아시아경제에서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이정호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이 만세 삼창을 외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정호 센터장이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한 장소는 아직 특정이 안됐지만 워크숍 회식자리에서 건배사를 하면서 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전혀 근거도 없이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했다고 보도했다면 아마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 것이다.

▶ 녹취록에는 '만세 삼창' 한 사실을 인정했나?

= '녹취록'은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한 녹취록이 아니고 취재기자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 센터장과 통화한 내용이다.

이 센터장은 통화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 했느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고 송구스런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그렇게 얘기했다면 술자리였을 것이고 진담이 아니라 농담이었을 것"이라면서, "편한자리여서 이것 저것 얘기했다"면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송구스런 마음이 있다" 라고 말한다.

통화는 보도하기 이전에 한 것으로 이 센터장이 시종 웃으면서 말하는 걸 보면 사안을 가볍게 보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정호 센터장은 국회정무위에 출석해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1월 대부도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네"라고 인정했고, 이 자리에서 간단한 만찬과 함께 음주를 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시인했다. 해당 워크숍은 이 센터장의 '천황폐하 만세 삼창' 발언이 있었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곳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보도해명자료 (사진=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홈페이지)
▶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 이 센터장의 말과 달리 KEI는 지난 23일 그런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KEI는 보도자료에서 "6월 23일 오후 원장을 단장으로 하는「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당사자 및 관련자에 대한 면담 및 관련자료 등을 종합 조사한 결과,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보도내용과 같이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외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음을 해명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정호 센터장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KEI가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고 허위 해명자료를 낸 결과가 됐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정호 센터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광복회의 성명서 (사진=광복회 홈페이지)
▶ 이런 발언을 한 게 사실이라면 그냥 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그렇다. 국기를 흔드는 일이 벌어졌으니 이를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정부 산하기관의 고위직에 있으면서 "나는 친일파고 할아버지는 동양척식회사의 마지막 사장이었으며 건배사로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하는 인물을 그대로 둔다면 그게 정상이겠나? 회식자리라고 하더라도 '김일성 장군 만세'를 외쳤다면 어떻게 했을까?

당장 광복회에서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광복회는 지난 25일 성명에서 "이 씨의 '천황폐하 만세' 삼창 망언에 대해 우리 국민과 함께 울분과 분노를 느낀다"면서 "온전한 정신을 가진 이라면, 어떻게 드러내놓고 자신을 '친일파'라 밝힐 수 있으며, 자신의 할아버지를 일제의 대표적 식민지 수탈기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고위간부였다고 자랑삼아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광복회는 "'천황폐하 만세' 구호는 오늘날 일본인들도 부르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용어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에게는 수치와 오욕의 구호"라면서 "이 센터장은 조용히 공직에서 사퇴하고, 독립운동 선열들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우 부대변인은 "일제 강점기에나 들을 수 있었던 군국주의의 망령을 21세기 대한민국 정부기관 인사의 망언을 통해 보게 될 줄은 국민들은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센터장을 즉각 문책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KEI홈페이지에 올라온 항의글 (사진=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홈페이지)
KEI 홈페이지에도 '친일파 이정호 센터장 물러나라'는 등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KEI 홈페이지는 복잡한데 참여마당이 있고 그 안에 경영제안, 고객의 소리, 묻고 답하기, 메일링서비스가 있는데 '고객의 소리'란에는 2013년 9월 27일부터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2년5개월 동안 11개의 글 밖에 없었지만 지난 23일 이후 200건이 넘는 글이 게시됐고, '경영제안'과 '묻고 답하기'에도 이정호 센터장의 행위와 KEI의 허위 해명을 비난하는 글들이 많이 달렸다.

▶ 정부에서는 징계를 하는거냐?

= 징계를 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 센터장에 대한 징계처분권은 연구원장에게 있고 관련규정이 있을 것"이라며서 "그 규정에따라서 징계사유가 되면 징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조정실에서는 조사결과에 따라 처분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징계를 하기까지는 시간일 걸릴 전망이다. KEI 자체조사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을 했지만 문제가 확산되니 국무조정실에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조사중이다"면서 '발언을 한 일시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보도를 보면 처음에는 '최근'이라고 했다가 그 뒤에는 '1월'이라고 했다가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센터장 뿐만아니라 같이 모임을 한 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야하니 하루아침에 끝날 조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KEI직원 절반이상을 상대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진=자료사진)
▶ 징계를 못할 수 있다는 거냐?

=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징계를 못할 수도 있지 않겠나? 우리 헌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가공무원법 63조에 "(품위 유지의 의무)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78조에는'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 징계 의결의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최성식 변호사는 "'천왕폐하 만세' 삼창은 공직자로서 품위손상이니 징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KEI가 서둘러서 사실이 아니라며 덮으려고 하고 국무조정실의 조사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냥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KEI는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환경 관련 정책·기술 연구개발과 환경영향평가 전문성.공정성 제고를 위해 1992년 설립됐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사진=국회 정무위원회 영상 캡처)
▶ 봐 줄 수도 있다는 거냐?

= 성급하게 봐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우려가 있는게 사실이다. KEI 자체 조사단이 진상조사보다는 외부유출자를 찾는데 더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런 우려를 낳고 있다. 자체조사단은 "그 일을 누구(외부인 등)에게 말하고 다닌 적이 있느냐" "이 센터장이 해당 발언을 할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사람이 누구인 지 기억나느냐"는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직원들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두 의원은 정무위에서 "애초에 이 사안은 '내부비리 제보자 보호' 관련법에 근거해 조사가 들어가야 한다"며 "센터에서 발생한 일에 해당 연구원 최고책임자들이 조사하는 것은 만일 내부자 제보일 경우 신분 노출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들어서 몇가지 특징이 있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의 뜻과 다르거나 어긋날 경우, 또 심기를 거스릴 경우에는 가차없이 신속하게 날려버린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비롯해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의 사례를 보면 알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정치적으로 소동을 일으키거나 친일 행적 논란이나 군사독재를 옹호하거나 이런 경우에는 국민여론을 묵살해왔다. 이럴 경우 새로운 이슈로 이슈를 덮거나 아니면 세월호참사처럼 국민들의 편을 갈라서 여론에 물타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경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국정원이 정치의 전면에 나섰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안하고 비호하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뒤 무슨 일때문인지 확인이 안 됐지만 퇴임식 할 여유도 없이 바로 내쳤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이정호 센터장의 부친과 조부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이유는?

= 이 센터장이 조부를 거론하면서 자신을 친일파라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경제의 보도를 보면 <자리가 무르익을 무렵(워크숍 회식자리) 이정호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이 술잔을 들었다. 이날 워크숍을 주최한 기관의 센터장으로서 인사말과 건배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 센터장은 "나는 친일파(親日派)다" "할아버지가 일제시대에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마지막 사장이었다" "일본은 어머니의 나라다"라는 등의 발언을 웃으면서 늘어놨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지난 27일 국회정무위에 출석해 조부가 일제강점기 금융기관에 근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시인했다. 일제치하에서 금융기관은 동척과 농협의 전신인 금융조합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센터장의 부친은 '하나회' 멤버로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 보안사령관과 육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을 지냈는데 율곡사업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예비역장성 출신들 모임인 성우회 회장을 지냈는데 성우회는 지난해 말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 전 장관은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의 '전시작전권 환수'에 앞장서서 반대한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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