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상 극장장 "국립극장 무용론, 레퍼토리 시즌제로 극복"

새 시즌 공연 발표…"성공 열쇠인 관객에 더욱 집중"국립창극단 신작 '오르페오전'…드마르시-모타의 '코뿔소' 등 눈길

지난 4년간의 시도를 통해 레퍼토리 시즌제를 안착시킨 국립극장이 관객에 더욱 집중한 공연들로 다섯번째 시즌을 준비한다.

국립극장은 29일 달오름극장에서 우수관객 등을 초청해 '2016∼201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발표회'를 열고 새 시즌의 방향과 각 공연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두려움 속에 2012년 시작한 레퍼토리 시즌제가 지난 4년간 기대 이상의 성과와 수확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국립극장 무용론'에 국립단체를 해산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던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시작했는데 '변강쇠 점찍고 옹녀'나 '묵향' 등 국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작품을 통해 우리 관객이 먼저 알아본 작품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안 극장장은 이어 "레퍼토리 시즌제의 길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새 시즌의 생생한 소식을 관객들께 전하고자 했다"며 "시즌제 성공의 열쇠가 관객의 신뢰에 있는 만큼 다섯 번째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관객에 집중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예술의 세계화에 꾸준히 도전해온 국립극장은 8월 21일부터 내년 7월까지 이어지는 2016∼2017시즌을 통해 그리스 신화를 전통 창극으로 풀어내는 등 동서양의 만남을 시도한다.

신작 20편, 기존 레퍼토리 11편, 상설공연 15편 등 모두 46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 등 국립예술단체의 작품에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 빌 등 해외 초청작까지 국내외 정상급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친 다양한 공연들을 아울렀다.

이 가운데 2016∼2017시즌 공식 개막작인 '오르페오전'과 '트로이의 여인들' 등 국립창극단의 신작들이 눈에 띈다.

앞서 '메디아',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 서양의 텍스트를 우리 소리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해온 국립창극단이 이번에는 그리스 신화를 새롭게 해석해 우리 소리로 표현한다.

'오르페오전'은 지난 시즌 국립창극단의 '적벽가'에서 전통 판소리의 힘을 간직한 감각적 무대로 호평받은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이 연출을 맡았다.

싱가포르예술축제와 공동제작 작품인 '트로이의 여인들'은 축제 예술감독인 연출가 웅켕센이 이끈다. 극본 배삼식·작창 안숙선·작곡 정재일 등의 협업으로 만들어져 기대를 모은다.

전통 소리의 맥을 잇는 신작으로는 창극 '흥보씨'가 준비된다. '변강쇠 점찍고 옹녀'로 창극 돌풍을 일으킨 연출가 고선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우리 말과 소리의 매력에 상상력을 덧입힌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다양한 창작곡들을 선보인다. 오는 10월 '2016 상주작곡가:김성국·정일련' 무대를 통해 지난 1월 국악관현악단 최초로 도입한 상주작곡가 제도의 성과를 공개하고, '2016 마스터피스'에서는 앞선 세대 명 작곡가들의 작품을 뒷세대 작곡가들이 재해석한다.

국립무용단은 앞선 시즌에서 화제를 모으며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우수 레퍼토리들을 대거 재공연한다.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해 호평받은 '묵향'(2013년 초연)과 '향연'(2015), 국립무용단 해외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작된 테로 사리넨 안무의 '회오리'(2014), 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2016) 등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 기획공연으로 소개되는 해외 작품으로는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 빌'의 '코뿔소'가 국내 초연된다. 부조리극의 대가인 외젠 이오네스코의 동명 희곡을 테아트르 드 라 빌 극장장이자 연출 대가인 에마뉘엘 드마르시-모타가 연출한 작품이다.

2004년 프랑스 초연 후 영국 바비칸 센터, 미국 브루클린 음악원, 일본 사이타마 예술극장 등 세계 유수의 극장과 페스티벌에 초청돼 꾸준히 사랑받았다.

영국 국립극장(NT, National Theatre)과 함께 연극계 화제작을 촬영해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NT라이브' 스크린에는 샐리 쿡슨이 연출한 '제인 에어'가 새로 선보이고 대니보일이 연출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한 '프랑켄슈타인'이 재상영된다.

이밖에 국립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와 '라이징 스타 2 갈라', 국립합창단의 '2016 국립합창단 레퍼토리 컬렉션'과 '마르크 아우투안 샤르팡티에의 테 데움' 등도 국립극장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2016∼2017 레퍼토리시즌 티켓은 내달 1일부터 판매된다. 각각의 공연은 물론 20∼40% 할인율이 적용되는 다양한 구성의 패키지 티켓도 마련됐다.

국립극장은 2012년 9월 이후 모두 네 차례 시즌제를 통해 총 228편의 공연을 선보여 54만1천515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시즌제 도입 전인 2011∼2012년 같은 기간과 가장 최근 시즌인 2015∼2016시즌을 비교하면 작품 수는 33편에서 52편으로, 전속단체 공연은 9편에서 26편으로 늘었다.

특히 관객 수는 6만3천명에서 14만5천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으며 객석점유율도 65%에서 92%로, 유료관객 점유율은 43%에서 63%로 상승했다고 국립극장은 설명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