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둘이서 / 모든 걸 훌훌 버리고 /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2010년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는 들국화 최성원의 노래 '제주도 푸른 밤'(1988년 작)의 일부다.
제주에 정착한 이유에 대해 최성원은 "창작의 영감이라고 하면 어린애처럼 모든 게 궁금해지고 그런 건데, 제주도는 그야말로 나를 소년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섬"이라며 "발길 닿는 데마다 지루할 틈이 없이 새롭다. 창작자로서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제주로 떠나자고 제안한 지 30년이 가까이 된 최근 후배 가수 등 연예인을 포함한 많은 유명인이 잇따라 제주에 정착하고 있다.
◇ 자유와 낭만의 유혹…유명인들 앞다퉈 제주 '이주'
제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유명 연예인은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이재훈·이정·루시드폴·장필순·윤영배·조동익 등이 있다.
방송인 허수경도 제주 주민에 이름을 올렸다. 개그맨 김숙·송은이도 제주에 집을 구했다.
2013년 이상순과 결혼 후 제주에 이주한 이효리는 지난 3월 단골로 알려진 제주시 평대리 한 음식점에 들러 요리하는 일상 모습이 이 음식점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게시글에 따르면 이 부부는 '고기 없는 점심'을 주제로 열린 1일 채식 식당에 셰프로 참여했다. 이효리가 앞치마를 입고 웃는 모습과 주스를 담당한 이상순이 손에 상추와 사과를 든 모습이 게시글과 같이 올라온 사진에 담겼다.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거주하며 얼마 전까지 '소길댁'이라는 블로그를 운영, 신혼 생활의 자잘한 이야기부터 자기 삶의 철학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효리는 소길리 집이 알려져 많은 사람이 불쑥 찾아오는 등 유명세를 치르자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 블로그도 더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2005년 제주에 이주한 방송인 허수경(49)씨는 "제주는 신록이 우거진 숲으로, 산으로 갈 수 있고 혹은 그 반대로 드넓은 바다로 언제든 쉽게 가 볼 수 있다"며 "이런 제주의 자연은 마음을 치유하고 사람에게 에너지를 준다"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제주는 특히 음악인에게는 과거 1970년 종로나 명동의 음악다방, 1980∼90년대 신촌의 블루스 카페, 2000년대 홍대 입구가 주었던 자유로움과 낭만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루시드폴도 2014년 결혼과 함께 제주로 이주했다.
지난해 낸 정규 7집 '누군가를 위한'은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집약한 음반이다. CD에 붙은 동화 '푸른 연꽃'의 배경은 전부 그의 집 주변 풍경이다.
한정판에는 루시드폴이 제주에서 직접 재배한 귤 1㎏과 사진엽서가 얹어졌다.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에 이어 조동익, 윤영배 등 레이블 '하나음악'을 계승한 음악공동체 '푸른곰팡이' 소속 뮤지션들도 제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곡가 방승철과 민중 음악을 다루는 꽃다지의 조성일,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김형철도 제주에 살고 있다.
◇ 교육·투자 목적 부동산 구입도 늘어…유명인 안식처 자리매김
제주에 상시 거주하지 않더라도 세컨드하우스(Second House)나 카페, 호텔을 지어 운영하는 유명인도 많다. 세컨드하우스는 상시적 거주지와는 별도로 휴가나 교육 등을 위해 다른 지방에 마련한 전원주택이나 콘도미니엄 등의 별장을 말한다.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세기의 대결을 펼친 이세돌 9단은 지난 3월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아내 김현진씨와 딸이 살 아파트를 산 것으로 알려졌다.
딸 혜림 양이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한국국제학교(KIS)에 입학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은 당시 연합뉴스 기자에게 "제주는 경관이 워낙 좋아서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관광지"라며 "어린 시절부터 휴양을 위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명예 도민이기도 한 배우 김희애는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비오토피아에 세컨드하우스를 갖고 있다.
김희애는 2009년 두 아들이 국제학교에 다니게 되자 고가로 집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 김수현도 비슷한 시기 비오토피아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도 서귀포시 중문 롯데아트빌라스를 세컨드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다. 롯데아트빌라스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피트니스센터, 멤버스 라운지, 사우나, 갤러리 등의 커뮤니티 센터가 있다.
김승우-김남주 부부와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한림읍에 있는 라온프라이빗타운에 사는 이웃사촌이다.
배우 설경구-송윤아 부부도 대정읍에 단독형 타운하우스인 아일랜드힐을 장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감독 김태용과 배우 탕웨이 부부도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박지성과 그의 아내 김민지 역시 제주에 세컨드하우스가 있다. 이곳은 이 부부의 비공개 약혼식 장소이자 웨딩화보 촬영지로 알려졌다.
JYJ 김준수는 지난해 서귀포시에 토스카나 호텔을 지어 운영 중이다. 이 호텔은 2만1천여㎡ 규모에 지하 1층∼지상 4층 객실 수 61개인 본관과 고급형 풀빌라 4동이 있다.
가수 지드래곤은 제주시 애월읍 카페(몽상드애월) 운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배우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신영균(88)씨는 1999년부터 서귀포시 남원읍에 제주신영영화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愛' 1세대인 셈이다. 영화박물관으로는 국내 최초인 이 박물관은 부지 1만3천여㎡에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다.
2002년 고인이 된 개그맨 이주일도 생전 서귀포시 보목포구 인근에 별장을 소유하기도 했다.
유명인들의 잇따른 제주 이주와 부동산 투자는 제주를 '금싸라기 땅'으로 만들어놨다.
이효리가 살았던 제주시 애월읍은 제주공항과 가까우면서 전원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장점 덕분에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게다가 중국인들의 투자 바람과 관광객·이주민 증가세까지 겹쳐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관광객은 최근 3년 연속 연간 1천만명 이상이 찾았으며. 이주민은 매달 1천명 이상씩 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등 해안지역은 공시지가보다 10배 이상에 거래될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유명 관광지에는 셀럽(유명인)이 빠지지 않는다"며 "역사를 볼 때 추사 김정희, 이중섭 화백은 제주의 대표적 셀럽이다. 그때는 귀양, 피난 개념이지만 이제는 휴양, 정착, 창작을 위한 셀럽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제주의 목표는 지정학적 위치, 청정 휴양섬으로 고급화를 지향하는 면에서 이탈리아 사르데냐, 스페인 마요르카와 비슷하다"며 "우선은 제주다움을 지키면서 제2공항과 도로 등 이동이 편리하게 하고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등에 한류타운을 조성해 한류 공연 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