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29일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디젤 이슈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느끼며, 당국과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한 협조를 해왔다"면서도 "한국 및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만 법적으로 임의설정이 문제된다"고 덧붙였다.
임의설정을 통한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금지 규제가 미국과 달리 2012년 이후 시행된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구체적으로 "(문제의) EA189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2007년 12월 12일부터 2011년 12월30일까지 환경부로부터 합법적으로 인증을 받은 차량"이라면서 "국내법상 임의설정 규정은 환경부 고시 제2011-182호를 통해 처음 도입되었고, 해당 고시는 2012년 1월1일부터 시행되었으며, 해당 고시 시행 후 인증 신청을 하는 자동차부터 적용됐다"고 밝혔다.
"임의설정과 관련된 처벌규정은 작년 말 국회에서 통과돼 2016년 7월부터 발효 예정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아울러 한국과 미국의 차이와 관련해, 배출가스 기준, 배출가스 관련 해결책, 방문 횟수 및 수리 시간, 수리 후 배출가스 기준 충족 여부, 연비 및 성능 저하 여부 등의 조항으로 나눠 비교했다.
한마디로 아우디폭스바겐이 미국과 같은 수준의 현금 배상을 한국에서는 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소비자에 대한 아우디폭스바겐의 분리 대응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강한 반론을 제기한다.
우리나라 피해자들이나 미국 피해자들이나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고의로 조작한 불법차량을 구입한 '사기 피해자'라는 점에서 본질이 같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국내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아우디폭스바겐이라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를 믿고 차를 산 피해자들이라는 점에서 미국 소비자들과 차이가 없다"며 "다만 차이가 있다면 미국 시장은 크고 한국 시장은 작다는 것 뿐이고, 따라서 폭스바겐이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는 법과 제도의 차원을 떠나 소비자와 정부를 속였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동일한 차종을 구매한 소비자가 국가에 따라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내에서 폭스바겐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미국의 청정대기법이나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 46조·48조이나 모두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처음부터 고의로 맞추지 않으려고 한 행위에 대해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국내에서 하위 시행규칙의 고시사항을 근거로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기회에 배출 가스 조작에 대해 징벌적 보상제도 등 보다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디젤게이트가 터진지 9개월이 지났지만, 폭스바겐은 허술한 리콜 계획서 제출 등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미국의 징벌적 보상처럼 잘못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추궁하는 한국형 징벌적 보상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우디 폭스바겐은 전 세계 디젤게이트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179억 달러를 준비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153억 달러를 배상하면 이제 26억 달러가 남는다.
문제의 디젤차는 유럽에 850만대, 한국에서는 12만 5천대가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이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 현금배상을 하면, 850만대를 판 유럽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인 문제 해결 대신 '무시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