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봉산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4학년 자녀를 둔 유란희씨가 가슴을 쳤다.
29일 유씨와 함께 대전시교육청 앞을 찾은 학부모들의 손에는 비위생적인 조리실과 배식대 사진이 들려있었다.
대전 봉산초등학교의 '불량급식'이 학부모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해 4월부터. 기준치를 수십배 웃도는 세균 수에, 조리종사원의 언어폭력 문제도 불거졌다.
하지만 관할청인 대전서부교육지원청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1년 동안 '세균수 측정'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동안 변화를 보이지 않자 학부모들이 교육청을 찾은 것이다.
대부분이 '일하는 엄마들'.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사태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배앓이를 하면 '몰래 나쁜 군것질을 했느냐'며 아이만 나무랐는데, 엄마들끼리 우연히 대화를 나누다보니 같은 증상을 보인 아이가 한두명이 아니었던 것"이라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아이들에게만 뭐라고 했다는 자책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 학교 5~6학년 학생 2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은 '밥과 국, 반찬에서 이물질이 나왔다', '아줌마들이 욕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뒤늦게 털어놨다.
학부모들은 조리원에 대한 처벌과 영양사·조리사·조리원 교체, 학교장과 서부교육지원청 담당자 문책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들은 "1년 동안 상황을 알고도 나 몰라라 했던 곳이 서부교육지원청"이라며 "외부인의 참여 없는 서부지원청의 자체 조사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시교육청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