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9일 오전 교육청에서 가진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성적위주, 성과위주의 경쟁적 교육이 '야자'라는 이름의 비인간적, 비교육적 제도를 만들어냈다"며 "내년부터 경기도내 모든 고등학교에서 야자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야자'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예비대학 교육과정(가칭)'은 대학과 연계해 진로, 인문학, 예술, IT 등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분야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야자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경기도와 서울 외곽 소재 대학의 협조를 얻어 오후 7~9시에 프로그램을 진행해 '야자'를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예비대학을 통해 학생들이 논리적인 사고, 상상력의 확대, 지식과 정보 활용 능력을 길러 자신의 진로를 준비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알파고 시대를 열어갈 학생들에게 자신이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체계적인 자기 완성의 기회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야자' 폐지로 사교육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비대학 교육과정은 학원에선 배울 수 없는 교과로 만들 것"이라며 "추후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중요한 발전기회로 자리잡아 학생과 학부모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벌써부터 학부모를 비롯한 학교 현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행 대학입시체제가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2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8·여)씨는 "지금도 아이들이 수행평가, 내신, 수능준비 등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힘들어하는데 다른 프로그램까지 하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야자까지 없어지면 아이들 대부분이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까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자의 폐지가 사교육 조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교원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학부모들은 학교가 책임감을 갖고 공부시켜주길 바라는데 일률적으로 야자를 폐지하게 되면 결국 사교육만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현실과 교육의 본질에도 맞지 않고, 단위학교의 자율성이나 교육자치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 조사결과 현재 경기도내 고등학생 43만6,307명 가운데 20.34%인 8만 8,724명이 야자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