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도 '경찰(SPO)-여고생 성관계' 첩보 묵살

"여고생과 경찰관 성관계 인지 후 묵살"…비난 여론에 고강도 '뒷북' 감찰

부산경찰청 외관. (사진=자료사진)
경찰청이 부산 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과 여고생과 성관계를 했다는 첩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 내 비위 사건을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은폐한 것이다.

경찰 내 감찰 기능이 무력화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감찰관실은 지난 1일 부산 연제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 정 모(31) 경장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뒤 사직했다는 소문을 접했다.

이후 같은 달 5일 해당 내용이 사실임을 파악했으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감찰관실 관계자는 "보고받았을 때는 정 경장이 사직 처리된 지 2주가 좀 넘었던 상황"이라며 "민간인이 됐기 때문에 감찰을 더 진행하지 않았고 윗선에도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김 모(33) 경장이 자신이 담당하는 여고생과 차 안에서 성관계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24일 장신중 전 총경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알게 됐고 이를 연제서 사건과 함께 이달 25일 강신명 청장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내 보고 누락은 지방청에서도 있었다.

앞서 학교전담경찰관들이 선도 대상 여고생들과 성관계한 사건을 해당 경찰서 2곳이 모두 은폐·허위보고한 것으로 드러났고, 부산경찰청은 일선 경찰서보다 먼저 알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은 허위보고에 대한 지휘책임을 물어 해당 경찰서장의 문책을 경찰청에 건의했고 연제·사하 경찰서 서장들은 27일 허술한 지휘·관리와 보고 누락 책임을 지고 대기 발령됐다.

또 진상 확인 없이 의원면직 처리된 경찰관 2명에 대해서는 면직 처리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처분을 취소했다.

(사진=자료사진)
두 경찰관을 공무원 신분으로 복귀시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파면 등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꼬리자르기식 조치에 여론이 더 악화되자 경찰청은 29일 강 청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사과문에서 강 청장은 "부산 학교전담경찰관 사건 관련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린 학생을 돌봐야 할 경찰관이 책무를 어기고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성관계 경위와 보고 과정에서의 은폐 의혹 등 관련한 모든 사안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조사해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경찰청은 지난 28일 6명으로 된 감사팀을 부산으로 급파해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건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감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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