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
◆ 김성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랜만에 라디오 출연이네요?
◆ 김성근> 글쎄 말입니다. 하도 시끄러워가지고요. (웃음)
◇ 김현정> 시끄러워서요? 뭐가 그렇게 시끄러웠어요?
◆ 김성근> 좋은 뜻에서 너무 관심이 많으셔가지고. 말 하나하나가 좀 조심스러워서.
◇ 김현정> 정말 여러 가지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전반기 시즌을 뛰셨는데 이번에는 아쉽게도 좀 성적이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금 아쉽죠?
◆ 김성근> 원래 내 스타일대로라면 4월에 달렸어야 하는데 부상자도 많았고 특히 로저스가 없어가지고 한 일곱 명이 사라지는 바람에 참 야구하기가 힘들었네요. 내가 감독하면서 다른 거는 몰라도 투수 쓰기가 이렇게나 힘들었던 건 처음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아, 오래 야구했고 우여곡절 별일도 많았는데, 올해가 제일 힘든가요?
◆ 김성근> 힘들었죠. 또 가슴이 아픈 것보다는 여론에 시달리다보니까. 이중 삼중으로. 그래서 2군 아이들을 불러서 1군 시합 전에 대전에서 매일 봐줬어요. 오전 한 10시쯤에 나와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길이 생기니까 희망은 남아있지 않나 싶어요.
◇ 김현정> 그런 신인 선수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느끼는군요. 그런데 이번 시즌을 쭉 지켜보면서 '감독님이 약간은 변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뭐냐면 굉장히 무뚝뚝한 표정이었던 분이 만세도 부르고, 박수도 치고. 그래서 많은 팬들이 놀라더라고요.
◆ 김성근> 음 원래 원칙은요. 나는 연습 때 움직이면 그렇게 움직여요. 그런데 시합 때는 가만히 있고 표정을 선수들에게 안 뺏기려고 했어요.
◇ 김현정> 표정을 선수들에게 안 뺏기려고 그랬다고요?
◆ 김성근> 네. 그래야 선수들이 편하지 않나 싶었어요.
◇ 김현정> 그런데 왜 그것을 바꿨나요?
◆ 김성근> 그런데 내가 허리 때문에 입원을 했잖아요. 디스크 수술 할 때 우리 시합을 쭉 보니까 어두워요. 뭔가 소극적이에요. '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 내가 같이 놀아야 겠다' 싶더라고요.
◇ 김현정> 같이 놀아야겠구나? 병상에서 내가 빠진 우리 경기를 보면서 인생의 다른 깨달음을 확 받은 거네요? 뒤통수를 맞는 듯한?
◆ 김성근> '그러니까 싫든 말든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덤벼라' 내가 그 말을 했어요. '같이 놀자, 너희들하고. 나는 감정대로 놀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애들도 깜짝깜짝 놀랐겠죠. '이거 감독이 미쳤나?' 싶었을 거에요.
◇ 김현정> '잠깐 디스크 수술하고 오시더니 이 분이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타났나?' 이렇게요? (웃음)
◆ 김성근> 머리 수술하고 온 줄 알았겠죠. (웃음) 그러니까 내가 편해요. 내가 감정을 내놓으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팀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거군요?
◆ 김성근> 선수들이 '이 정도면 지쳤을 텐데?' 싶어도 열심히 해요. 예를 들어 투수 정우람은 어제 던져서 무리인데 ‘던지지마, 던지지마’ 해도 ‘아닙니다, 나갑니다’ 하고 던져요.
◇ 김현정> 정우람 선수한테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가고?
◆ 김성근> 권혁이나 거의 다 투수들이 그래요.
◆ 김성근> 약한 팀은 그 문제에 있어서 타협을 해버려요. 그래서 약해요. 강한 팀은 거기를 넘어가야지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가 되어요. ‘이런 거는 아무렇지도 않구나’ 그런 의식의 강도가 점점 높아져야해요. 그게 강한 팀이에요.
◇ 김현정> 그러다가 완전히 번아웃, 지쳐 나가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 김성근> 혹사는요, 대한민국 사람들 전부가 혹사당하고 있어요. 어느 분야 간에. 지금 김현정 앵커도 혹사당하고 있는 거에요.
◇ 김현정> 할 말이 없네요, 저도 그렇긴 합니다. (웃음)
◆ 김성근> 나는 항상 가지고 있는 지론이 있어요. 자기 체력의 한계라고 하는 것은 한계에서 오버를 함으로써 자기 한계를 넓혀가는 거에요. ‘우리 무리하고 있어, 안돼 안돼’ 이렇게 되면은 그 사람은 영원히 그 라인에서 넘어가지 못하고 차라리 부러져 나가 버려요. 세상 경쟁에서 못 이겨요. 저는 요새 기자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기사 쓰는 것은 좋다. 그런데 쓰기 전에 너희들이 혹사당한다, 그 이야기부터 쓰라’라고.
◇ 김현정> (기자들) 자신들 돌아보면서 이야기해라? (웃음) 이 말씀인가요?
◆ 김성근> 전부다 ‘맞습니다’라고 그래요. 다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감독님, 로저스 선수가 안타깝게도 중간에 짐을 싸서 고국으로 돌아갔는데요. 속앓이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 김성근> 로저스는 스프링 캠프 때부터 아팠죠. 캠프 시작 때부터 안 좋았죠. 공을 던지라고 하니까 ‘안 던져도 돼요, 시즌 때 던지면 돼요’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 그래서 ‘그러면 어떻게 할래, 너 스케줄 내봐’라고 하니까 내놓으더라고. 아마 내가 야구선수한테 스케줄 받은 것은 김광현 다음에 처음일 걸요?
◇ 김현정> 아, 로저스 선수에게 자기 마음대로 계획표를 짜서 던지고 싶을 때 던지라고 말씀했다고요?
◆ 김성근> 네, 너 계획대로 진행해라. 수술을 하든, 던지든, 쉬든 네가 결정해라. 수술을 하겠다고 하면 MRI 결과를 미국에 보내도 된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자율권을 줬고, 본인도 진정성을 가지고 뛰긴 뛰었고, 그러다가 지쳐서 할 수 없이 나가게 된 이 상황이 뭔가가..
◆ 김성근> 지친 것이 아니고 인대가 나갔어요. 그런데 그거는 우리가 봄 때부터 내가 감췄죠. 매스컴한테 2월 중순부터 쭉 감췄죠. 미국, 일본에서 진찰 받고 도쿄에 두 번 보내고 한국에 왔다가 다시 도쿄를 보내고 의사를 세 네 명 만나게 했어요. 제가 ‘이걸 가지고 선수 생명을 끊고 싶지 않다’라고 그랬고요. 본인은 2군에서도 던진다고 난리였어요. 그 때 ‘안 돼’라고 스톱시켰어요.
◇ 김현정> 사실 그 때 외부 언론에서는 ‘김성근 감독과 로저스 선수 사이에 불화가 있다, 그래서 로저스 선수가 태업하고 있다’라는 이런 설이 있었는데요
◆ 김성근> 그런 거는 너무나 억측이고,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나 싶더라고요. (웃음) 로저스한테는 그 정도로 신경을 썼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미 인대를 다친 지는 꽤 오래 됐는데 이거를 감추면서 어떻게든지 좀 본인도 뛰고 싶어 하고, 감독님도 그대로 버릴 수는 없어서 회복시켜보려고 노력하고 이랬던 과정 속에서 태업이니 뭐니 이런 이야기가 나왔던 건데요. 결국은 회복을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 김성근> 용병 개념으로 따졌으면 로저스가 팔이 빠지든 어깨가 빠지든 나는 상관없었을 것이에요,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해요.
◇ 김현정> 어쨌든 시즌의 반환점을 돌아서고 있는데 최종 목표는 어디로 두고 있나요?
◆ 김성근> 최종 목적은 가을에 4강 이상. 10위라는 의식 속에 있지 말고 야구가 뭔지 정말 진지하게 풀어가라고 당부를 했어요.
◇ 김현정> 네, 알겠습니다. '마리한화'의 감동, 김성근의 힘을 꼭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김성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 오랜만에 목소리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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