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에 1급 발암물질 석면이…"

부산 사하구 대단지 아파트 방음벽서 석면 다량 검출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설치된 길이 1200m짜리 노후 방음벽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2만 명이 넘는 주민이 살고 있는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 방음벽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 길이 1.2㎞ 방음벽 석면 9%25나 함유

사하구 하단동 강변대로를 끼고 4700여 가구가 모여 있는 한 대단지 아파트. 이곳 주민들에게 24년 전 설치된 시멘트 방음벽은 없앨 수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골칫거리이다.


길이가 무려 1200m나 되는 방음벽 곳곳이 깨져 먼지가 날리는 것을 물론, 이끼와 녹물이 잔뜩 끼어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 방음벽이 노후화로 녹물이 잔뜩 끼어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아파트 주민 김 모(51) 씨는 "방음벽이 워낙 길다 보니 안 보고 살 수도 없다"며 " 아파트 옆에 강이 있어 바람이 거센 편인데, 균열이 발생한 곳에서 가루가 날릴 때면 그대로 마셔도 되는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점점 흉물로 변해가는 방음벽을 무턱대고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음벽을 사이에 두고 아파트 바로 옆에는 8차선 도로인 강변대로가 놓여있어, 주민들이 자동차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이 모(60·여) 씨는 "쌩쌩거리는 자동차 소음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면서 "방음벽이 설치된 1992년보다 강변대로의 교통량도 엄청 늘어나 사실상 방음벽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선거철마다 노후 방음벽을 교체해주겠다는 공약이 쏟아지지만, 아직 약속을 지킨 정치인은 없었다.

◇ 방음벽 석면가루가 주변 초등학교로 퍼질 우려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한 야당 구의원의 문제 제기로 실시한 석면검출시험에서 방음벽이 다량의 석면을 함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함유율이 1%만 돼도 지정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데, 분석 결과 방음벽에는 무려 9%의 석면이 검출됐다.

이에 대해 사하구 전원석 구의원은 "석면이 함유된 위험한 건축자재 중 대표적인 것이 슬레이트인데, 얼마나 위험하면 정부는 슬레이트 지붕을 사용하는 가구에 철거비용으로 336만 원을 지원할 정도"라며 "그 슬레이트에 함유된 석면이 10%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방음벽에서 9%가 검출됐다는 것은 정말 심각하다"고 밝혔다.

특히 방음벽 노후화로 잘게 깨진 석면 조각들이 강변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타고 인근 초등학교나 다른 주거지로 퍼질 우려가 큰 상황이다.

방음벽 노후화로 잘게 깨진 석면 조각들이 강변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타고 인근 초등학교나 다른 주거지로 퍼질 우려가 크다.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석면관리협회 한 관계자는 "석면이 깨지기 시작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석면 먼지가 멀리는 20㎞까지 날아갈 수 있다"면서 "석면 가루가 날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주변 지역도 오염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구청은 석면이 주민들에게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도, 교체시 최소 십수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만큼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하구청 담당 공무원은 "교체 비용이 한두 푼이 드는 것이 아니어서, 당장 교체 계획을 내놓을 수 없는 실정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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