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평가 1위 부산경찰 자부심, 일순간에 '와르르'

'경찰관·여고생 성관계' 파면 팔수록 은폐 사실 드러나

(사진=자료사진)
부산의 학교 전담 경찰관 2명이 선도 대상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소속 경찰서가 사건을 은폐한 것도 모자라 허위보고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사태를 키우고 있다.

5년 연속 치안종합평가 1위를 달성하며 주가를 올리던 부산경찰의 명예와 기강이 일순간에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연제경찰서 소속 학교 전담 경찰관이던 정모(31) 경장은 지난 4월 1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었다.

학교 내에서 소문이 돌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정 경장은 지난달 10일 "경찰관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같은 달 23일 상담기관은 공문을 통해 연제경찰서에 이 사실을 정식 통보했으나 연제경찰서 측은 정 경장이 '민간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후 24일 전직 경찰 간부가 SNS에 이 같은 비위 사실을 '폭로'하자 연제경찰서는 정 경장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내용을 확인해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거듭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여고생을 상담한 청소년 상담기관은 정 경장이 사표를 제출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9일 연제서에 전화를 걸어 비위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기관의 구두 통보가 어느 선까지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산경찰청. (사진=자료사진)
부산경찰청은 이에 따라 당시 구두 통보를 받은 경찰관과 그 내용이 윗선에 보고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만일, 이 때 정 경장의 비위 사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면 한 달 뒤 발생한 사하경찰서 소속 학교 전담 경찰관과 여고생 간의 성관계가 사전에 차단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앞서 사하경찰서 역시 소속 경찰관의 여고생과의 성관계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사하경찰서는 지난 8일 학교 측으로부터 김모(33) 경장이 여고생과 성관계한 사실을 통보 받았으나, 담당 계장 선에서 김 경장의 사표를 받는 것으로 사태를 무마했다.

당시 김 경장이 제출한 사표 경위는 "부모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서" 였다. 김 경장은 지난 24일 문제가 외부로 불거지자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경찰은 여고생과의 성관계 사태와 더불어 보고 누락과 은폐 의혹까지 확산되자 지난 26일 연제서와 사하서 서장 2명을 전격 대기발령 조처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이 파악될수록 경찰이 감추고 있던 사실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은 28일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정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특히,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경찰에 대해 느꼈을 실망감과 분노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부산경찰이 5년 연속(치안종합성과평가) 1위를 해서 너무 앞서가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윗사람에게 누를 안 끼치려는 의식이 작용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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