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치던 英 탈퇴파, 탈퇴 협상엔 '주뼛주뼛'

처음 공언과 달리 파운드 폭락 등 경제위기감에 "서두르지 말자"

(사진=자료사진)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를 지지했던 영국 탈퇴파들이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후 탈퇴 협상을 앞두고는 주춤거리고 있다.

브렉시트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잔류진영의 경제위기 주장에 대해 "공포감을 조성한다"고 공격했지만, 실제 경제 위기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자 태도를 바꿔 어정쩡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드화는 연속 하락해 3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런던의 금융기관들이 이삿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잔류파들이 경고했던 내용이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현지언론 기고문을 통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당장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리사 빌리어스 북아일랜드담당 장관도 "리스본 조약 50조를 당장 테이블에 올려놓을 이유가 없다"면서 "50조 발동 절차에 앞서 비공식 채널을 통한 협상이 필요하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50조는 EU 회원국 탈퇴를 규정한 것으로, 탈퇴 협상은 영국이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서 시작된다. 2년이 지나면 회원국 자격이 없어진다.

잔류파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역시 자신이 물러난 후 10월 새로 뽑히는 총리가 협상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캐머런 총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첫날(28일)에도 탈퇴를 공식통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브렉시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탈퇴파의 이런 태도는 국민투표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빠른 탈퇴가 불러올 경제적 파장이 어떨지 아무도 예상할수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영국 탈퇴파의 오락가락한 행보에 EU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EU창설을 주도했던 6개국(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외무장관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10월은 너무 늦다. 가능한 빨리 떠나라"고 압박했다.

영국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변인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영국이 통보를 하기 전에는 탈퇴 양식에 관한 비공식 사전 협상들은 없다는 것"이라며 못박았다.

탈퇴파들이 유리한 결과를 이끌기 위해 비공식 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한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영국의 탈퇴를 논의할 협상 시기는 29일 EU 정상회의 둘째날 확정될 전망이다. 협상 시기가 늦춰지더라도 탈퇴파들이 쏟아 낸 그동안의 발언은 더 궁색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