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선수 계약서는 불공정한가, 불가피한가

'페어 플레이 할게요, 근데 계약은요?'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지난 3월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올 시즌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프로야구 구단과 선수의 계약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구단과 선수, 또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이라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공정위는 28일 "프로야구단이 선수와 계약할 때 모든 선수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공통계약서'가 공정위가 규제하는 약관으로 볼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계약서가 약관에 해당된다는 결론이 나면 공정위는 전 프로야구단을 상대로 불공정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관건은 계약서에 선수들에게 불리한 조건이 있느냐는 것이다. 계약 관계에서 구단이 갑, 선수가 을의 위치에 있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때문에 공정위는 계약이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이뤄지는지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0개 구단은 전체 선수와 통일된 계약서로 협상하고 있다. 계약서에는 계약 조건과 의무 등의 조항이 담겨 있는데 공정위는 이미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계약서 상에 불공정 약관이 있다며 시정할 것을 권고한 상황이다.

▲2억+ 선수, 부상 없이 2군 가면 연봉 반토막

쟁점이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 2억 이상 연봉 선수의 2군 강등 시 연봉 50% 감액 ▲ 구단이 지급한 경기 용구 사용 의무 규정이다. 공정위는 여기에 불공정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구단과 선수, 또 선수들 사이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이다. 먼저 연봉 감액 부분은 이른바 '먹튀'를 막자는 일종의 보험적 성격이 짙다. 구단에서는 고액 연봉자들이 태업을 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호소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억울한 감액이 될 수도 있다.


KBO 리그 올해 전체 526명 선수(신인과 외국 선수 제외) 평균 연봉은 1억2656만 원이었다. 2억 원 연봉은 고액으로 분류될 수 있다. 대부분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만 FA(자유계약선수) 대박 등으로 목표를 성취한 선수들이 동기 부여를 잃고 기량이 퇴보하는 경우도 생긴다.

전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주(은퇴)는 2012~2014시즌 대부분을 2군에 머물면서 연봉 감액 규정이 적용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자료사진=두산)
KBO 관계자는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는 경우는 감액되지 않는다"면서 "또 2군에 있는 날만 일당이 50% 깎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는 부상자는 연봉 감액 대상에서 빠지지만 기량 및 기록 저하 등으로 2군에 내려가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 2700만 원부터 받는 저연봉 선수들이 1군에 오르면 등록일수만큼 연봉을 보전해 최대 5000만 원까지 주는 규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액 연봉 선수들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전체 선수들을 위한 규정(야구규약 제9장 제69조)이라는 것이다.

▲'용품 사용 자유?' 경기력+가욋돈 vs 마케팅

용구 사용 의무 규정도 이해 관계가 얽힌다. 현재 선수들이 사용하는 배트, 스파이크, 장갑, 팔목 보호대 등에 대해서도 구단과 선수, 또 고액과 저연봉 선수들의 의견이 달라진다.

이들 용품은 현재 구단이 공동 구입하거나 용품업체의 후원을 받아 선수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계약서에는 선수가 구단이 지급하는 용품을 사용하도록 의무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개별적으로 용구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주전급 타자들은 대부분 용품업체의 후원을 받아 개별적으로 배트 등을 쓰고 있다. 여기에 계약서 상의 의무 규정을 없애 더 자유로운 선택권을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단 입장은 또 다르다. 일부 스타급 선수들은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으나 저연봉 선수들의 경우는 용품 구입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또 구단 전체 마케팅 차원에서 용구를 지급받는데 주전급 선수들이 이를 쓰지 않으면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다만 배트 등 경기력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장비는 개인별 용품 사용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구단 전체에 마케팅을 하면 용품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일부 선수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훨씬 더 적은 금액에 제품 홍보를 할 수 있어 용품업체들이 적극 활용한다"고 귀띔했다. 스타급 선수들은 공짜로 제품을 쓰면서 가욋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KBO는 공정위의 결정을 예의 주시하면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 2001년 3월 연봉 협상 때 대리인(에이전트)을 금지하는 규정이 불공정하다며 KBO에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지만 아직 에이전트 제도는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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