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본선 진출 자체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유로 본선에서도 아이슬란드의 기적은 이어지고 있다.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상대로 1승2무를 기록해 16강에 오르더니 16강에서는 축구종가 잉글랜드마저 격파했다. 골드만삭스의 예상 확률 14.3%를 뚫었다.
기적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니는 이유는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의 규모 때문이다. 인구 33만명의 작은 나라. 프로 리그조차 없는 나라가 만든 기적이다.
◇프로 선수 1000명의 기적
한반도 면적의 절반. 그 마저도 80%가 빙하, 호수, 용암지대다. 여름 평균 기온이 10도에 불과한 겨울 나라다. 인구는 고작 33만명. 서울 도봉구 35만명보다 적은 그야말로 소(小)국이다. 역대 유로 본선 진출국 가운데 최소 인구이기도 하다.
게다가 자국 프로리그도 없다. 세미 프로리그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협회 등록 선수는 3만3000명이 전부다. 유소년과 여자 선수를 모두 합한 수치다. 남자 성인으로만 한정하면 3000명 수준이다.
해외 리그에 진출한 아이드루 구드욘센, 콜베인 시그도르손 등을 포함해 흔히 말하는 정식 프로 선수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축구에서도 소국이었다.
그동안 유로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당연했다.
유로 2016에서도 약체 중의 약체에 속했다. 선수단 전체 몸값은 4475만 유로(약 580억원). 16강에서 맞붙은 잉글랜드(4억7700만 유로)의 10% 수준이다. 유로 2016에서 아이슬란드보다 몸값이 적은 나라는 아일랜드(3810만 유로), 헝가리(2530만 유로)가 전부였다.
기적과 같은 스토리에 국민들도 환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와 조별리그 3차전 시청률은 무려 68.5%였다. 또 잉글랜드전을 보기 위해 프랑스로 향한 아이슬란드인만 3만명이었다. 한 사업가는 전세 비행기를 대절해 다른 팬들과 프랑스 원정 응원을 떠나기도 했다.
◇"점유율은 의미 없다" 역습으로 강팀들 울려
아이슬란드가 포르투갈-헝가리-오스트리아-16강 잉글랜드를 만나는 동안 4경기 볼 점유율은 35%에 불과했다. 유로 2016 본선 진출 24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패스 성공도 654개로 최하위였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축구는 효율적이었다.
점유율은 의미가 없었다. 일단 상대 공격을 막고 역습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2011년 지휘봉을 잡은 라스 라거벡 감독과 2013년부터는 공동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헤이미르 할그림손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에도 아이슬란드는 4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의 5골보다 많다. 아이슬란드보다 많은 골을 넣은 팀은 벨기에(8골), 웨일스(7골)가 유이하다.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역습이 펼쳐졌다. 6골을 넣는 동안 아이슬란드가 때린 슈팅은 고작 29개. 경기당 평균 7.25개(23위)의 슈팅을 때렸다. 벨기에는 84개, 웨일스는 44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라거벡 감독은 "이것이 팀 퍼포먼스다. 축구는 우리가 최대한 골을 넣고 이기는 것이다. 아이슬란드가 보여줬다"고 말했고, 할그림손 감독도 "믿을 수 없다. 선수들의 그들의 역할을 확실히 해줬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