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스타트업 컬처혁신 선포식'에서 제시했던대로 직급의 간결화와 이를 통한 수평적인 조직문화 만들기의 일정표와 방향이 마련된 셈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선도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시동을 건 이런 직무중심의 인사제도가 다른 삼성 계열사나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신인사제도의 핵심은 직급단계를 대폭 줄이고 수평적인 호칭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임원 밑으로 사원부터 부장까지 7단계를 4단계로 확 줄인다.
지금은 사원에서 대리, 과장,차장,부장까지 임원 아래로 5직급이 있고 사원직급은 1,2,3으로 나뉘기 때문에 사실상 7직급 체계였다.
그런데 이런 수직적인 직급체계가 직무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단계(CL:Career Level)로 전환되고 단계도 CL1에서 CL4까지 4단계로 줄어든다.
현재의 사원1과 2가 CL1으로 분류되고 사원3에서 대리까지는 CL2 그리고 과장과 차장을 묶어 CL3, 여기에 부장을 CL4로 나누는 형태다.
이것도 내부 인사관리 측면에서 이렇게 할 뿐 외부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삼성전자 직원들의 명함에는 소속 부서명 아래에 직급구분 없이 본인의 이름만 적게 된다.
여기다 호칭도 위아래 상관없이 모두 '아무개 님'으로 통일한다.
현재의 부장이 다른 부서 차장인 후배직원 '홍길동'씨를 부를 때 '홍길동씨' 또는 '홍 차장' 이렇게 불렀다면 내년 3월부터는 '홍길동님'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은 과장이거나 차장인 부하직원이 '팀장'이 됐을때 '팀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자연스럽게 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무역할 중심의 인사체계로 전환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창의적이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는게 목적"이라고 이날 발표된 인사혁신 로드맵을 설명했다
일단 호칭에서부터 이물감을 없앰으로써 향후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포석이다.
또 직급이 상승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맡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정년까지 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제도변화가 편할 수도 있다.
현재의 연공서열하에서는 특정한 한 분야에서 승진없이 직무를 수행하고 싶어도 승진에서 누락되는 일이 잦아지면 조직에서 버티기가 힘들어 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맏형 격인 삼성전자가 이런 신인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관심은 다른 계열사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일단은 삼성전자가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지 그룹 차원에서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상황은 다를 수 잇다.
제일기획이나 바이오로직스 같은 회사들이 이미 호칭을 바꾸고 직급을 간소화 하는 등 비슷한 제도를 채택했지만 이들 계열사들과 삼성전자가 그룹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의 이런 직무중심 인사제도는 업계의 다른 회사들이나 다른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
연공주의의 축소가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선도기업일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채택했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에게도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KT가 호칭을 바꾸는 작업을 했다가 기존의 직급명칭으로 다시 회귀한 일이 있는 등 사업분야와 기업문화에 따라 성공가능성이 다르다는 점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