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주식∙법조 비리…'내부 스캔들'에 발목잡힌 김수남號 검찰

"부장 검사 폭언으로 소장 검사 자살"..."검사장 지휘책임 물어야" 주장도

(자료사진)
현직 검사의 자살 배경에 부장검사의 폭언이 있었다는 유족의 주장과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연루된 법조 비리 사건 수사 결과 등을 놓고 검찰의 신뢰가 최근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야도 국회에서 검찰을 한 목소리로 질타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19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 소속 김모 검사의 가족은 김 검사의 죽음에 직속상관인 부장검사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담긴 탄원서를 냈다.

당시 상사였던 K부장검사가 평소 업무 처리나 생활 등과 관련해 폭언 등을 했다며, 자살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김 검사의 아버지는 "아들의 지인들로부터 '김 검사가 부장검사로부터 모욕적인 언행을 들었다', '부장검사가 서류를 집어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일삼았다'는 이야기를 접한 뒤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대명천지에 피고인도 안 때리는데, 부장검사가 검사에게 폭력을 가했다면 중대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검찰에서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초기 원인 분석이 사건의 실체를 비껴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총장은 이달 초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상당히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형사부 검사들의 격무, 과로, 사기저하가 큰 원인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고통 분담과 업무 처리 시스템 개선을 주문했지만, 검찰 내부에서부터 검찰 간부들의 천태만상을 드러내며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정부지검 소속 임은정 검사는 "'검사와 스폰서' 식으로 노는 걸 좋아하는 간부를 만나고는 성매매 피의자로 보여 결재를 못 받겠으니 부서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스폰서를 달고 질펀하게 놀던 간부가 저를 부장에게 꼬리 치다가 뒤통수를 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고 욕하고 다녀 10여 년 전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임 검사는 "저 역시 16년째 검사를 하고 있다 보니 별의별 간부를 다 만났다"며 "후배의 허무한 죽음에 합당한 문책을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현직 검사는 "해당 부장 뿐 아니라 차장과 검사장에게도 지휘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부장만 문제 삼으면 재발한다. 검찰조직에 긴장을 줘야한다"고 지휘책임론을 꺼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구명 로비 의혹으로 불거진 법조 비리 사건의 수사에 대해 쏟아지는 질타도 검찰의 신뢰 추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구속기소됐지만, 현직 검사 등에 대한 로비는 실패한 것으로 검찰 스스로 내린 결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여론이다.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은 법사위에서 "홍만표 사건을 기소하면서 검찰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심된다"고 말했고, 같은 당 오신환 의원도 "전관예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검찰이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은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은 실패한 로비라고 주장하지만 성공한 로비를 잡지 못한 실패한 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은 "특검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이야기가 나오고 경찰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법무장관은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며 곧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검찰총장도 간부회의에서 "불미스러운 법조비리 의혹이 제기돼 국민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여기에 진경준 검사장의 120억 원대 주식 대박 의혹까지 여태 투명한 징계·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더민주 박범계 의원은 "모든 젊은이의 꿈과 기회를 앗아간 악질 사건"이라며 뇌물 혐의 적용과 공소시효 논란에 대해 "검찰의 의지만 있다면 진 검사장 기소를 위한 법리 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의 자금 우회 지원과 관제 시위 의혹이 일었던 어버이연합 사건을 놓고는 야당이 수사 의지를 의심하며 대검찰청을 잇달아 항의 방문하는 일도 최근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롯데그룹 등 기업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검찰 스캔들'로부터 시선 돌리기를 하려는 반전 카드로 꺼내 들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검찰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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