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K리그 복귀를 알렸다.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떠난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후임이다.
지난해 포항 감독직을 내려놓고 그라운드를 잠시 떠나있던 황선홍 감독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성공 신화를 쓸 준비에 들어갔다.
황 감독은 포항 시절 '스틸타카'라 불리는 특유의 빠른 템포의 패스 축구로 K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스틸타카'를 장착한 포항은 승승장구했고 2012년 FA컵 우승을 시작으로 이듬해 FA컵 2연패와 리그 우승 등 더블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적인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를 표방한 '스틸타카'는 최고의 공격 전술로 손꼽혔고 섬세하고 빠른 축구를 꿈꾸는 황 감독의 축구 철학 중 하나다.
황 감독은 서울에서도 이 패스 축구를 접목할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걸림돌은 분명히 존재한다. 서울은 3백에 최적화된 팀이다. 황 감독의 '스틸타카'는 4백을 기본 바탕에 두고 풀어나간다. 이러한 다른 점 때문에 과연 '스틸타카'가 '서울타카'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적잖다.
그러나 황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황 감독은 "3백과 4백의 차이는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포항에서 하던 축구랑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뛰어난 선수진 역시 '서울타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스틸타카'에서 중심을 잡아준 이명주(알 아인)의 역할은 다카하기와 주세종이 충분히 수행 가능하다. 또 뛰어난 공간 침투로 공격의 마침표를 찍어준 김승대(옌볜 푸더)의 역할은 아드리아노와 박주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지금 몸 상태라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안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이미 시즌 중반을 기존 전술로 치렀기 때문에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황 감독 역시 이를 의식하고 "점진적으로 변화를 꾀할 것이다"라고 밝혔지만 선수들이 잘 소화해낼지는 미지수다.
최용수 감독의 색을 지워내고 황 감독만의 색을 입히는 데는 충분한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당장 눈앞에 놓인 성적에 급급해 조급함을 느낀다면 잘 차려놓은 밥상을 뒤엎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황선홍표 '서울타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