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도움으로 범인은 잡았으나 이미 조직으로 넘어간 돈을 돌려받지 못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27일 울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폐지 수거 일을 하는 최모(79·여)씨는 지난 22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남자는 자신을 형사라고 소개하고는 "할머니의 우체국 통장에서 누가 돈을 찾아가려고 한다"며 "현금을 미리 찾아 놓으면 금융감독원 직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할머니는 은행으로 달려가 그동안 폐지와 고철 등을 팔아 모은 돈 1천400만원을 찾아 울산시 북구 연암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는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뭔가 수상하다고 느낀 최씨는 곧바로 울산 중부경찰서 화봉파출소를 찾아가 신고했다.
화봉파출소 경찰관들은 최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이 범행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던 중 최씨에게는 또다시 사기범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관들은 기지를 발휘해 최씨에게 "나머지 500만원도 마저 주겠다"고 말하도록 해서 사기범을 유인했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잠복을 하던 경찰관들은 최씨에게 돈을 받으려고 접근한 중국인 보이스피싱 사기범 진모(29)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최씨에게 1천400만원을 건네 받았던 CCTV 화면 속의 남자가 진씨와 다른 사람인 것을 확인하고 공범을 추적하던 중, 인근 건물로 도주하던 중국인 이모(28)씨를 발견해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망을 본 1명도 붙잡아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최씨를 포함해 총 5명을 상대로 8천9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범인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경찰관들에게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하지만 최씨는 그들에게 건넨 돈 1천400만원 중 140만원밖에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이미 사기범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대부분의 돈을 송금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범들은 피해자에게 돈을 받자마자 조직으로 송금한다"며 "당시 진씨 등이 가지고 있었던 돈은 140만원 정도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은 점조직으로 운영돼 사기범들도 누구에게 돈을 보내는지 모른다"며 "안타깝지만 최씨가 피해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