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총은 시간만 70분으로 길어졌을 뿐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주총의 재판이었다.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 등 현 이사진 해임 등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주 제안한 4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이자 과반주주인 광윤사(28.1%)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27.8%)와 관계사(20.1%) 등 55%는 또다시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제 관심은 신동빈 회장이 언제 귀국하느냐다. 귀국 시점에 따라 검찰 수사와 경영 위기 등에 대한 신 회장의 대응 시나리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롯데홀딩스 주총 직후 귀국할 것이란 첫 번째 시나리오는 이미 깨졌다.
롯데 안팎에선 경영권을 방어한 뒤 주총 당일 오후 또는 다음날 귀국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다. 지난 10일 검찰의 전면 압수수색 이후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엑시올 미국 루이지애나주 합작 공장 기공식 참석 등으로 해외에 체류해왔고 롯데홀딩스 주총을 위해 미국에서 일본으로 직행했다.
이 기간 롯데는 미국 석유화학기업 액시올 인수 포기, 호텔롯데 상장 연기 등 주요 사업계획이 모두 중단됐다. 본사와 주요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도 검찰 조사를 받거나 출국금지되면서 결재라인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하루빨리 귀국해 그룹을 추스르면서 위기 속에 사업 차질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하지만 신 회장은 여전히 일본에 머무르고 있다.
롯데 측이 밝힌 신 회장의 귀국 시점은 이번 주말인 다음달 2~3일쯤이다.
신 회장은 이번주 일본내 롯데 계열사들과 금융기관들에 검찰 수사 관련 혐의에 대해 적극 해명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 측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귀국한 뒤에는 검찰 수사에 직접 부딪히면서 정면 돌파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동시에 호텔롯데 연말 상장 추진,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등 주요 사업을 재개하는 등 계열사 안정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신동빈 회장을 직접 노리고 있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검찰이 신 회장을 직접 소환 조사하거나 출국금지 시킬 가능성도 있다.
만일 신 회장이 사법처리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롯데 경영권 판도는 크게 출렁이게 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25일 주총 직후 "롯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무한 주총' 의지를 불태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뒤인 9월 주총을 진정한 승부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좀더 일본에 머무르면서 검찰 수사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가을 두고 귀국 시점을 저울질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