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300개사(도입 150개사, 검토중 150개사)를 대상으로 '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실태'를 조사한 결과,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의 92.8%(복수응답)가 제도시행 결과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측면에서의 만족도가 높아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96.7%, '직무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이 96.0%에 달했다. 기업측면에서도 '생산성 향상'(92.0%), '이직률 감소'(92.0%), '우수인재 확보'(87.3%)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전환형 시간선택제'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기업의 93.8%가 '생산성 향상, 근로자만족도 제고, 업무집중도 증대, 기업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를 거뒀다'고 답했다.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기업은 6.2%에 불과했다.
유연근무제 도입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의 활용률은 22.0%에 그치고 있으며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낮은 실정이다.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시차출퇴근제의 경우 우리나라의 도입률은 12.7%로 미국(81.0%), 유럽(66.0%)보다 낮다. 시간제도 유럽기업의 69.0%가 활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1.3%에 불과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재택근무 도입률도 각각 9.2%와 3.0%에 머물고 있다.
유연근무제 도입의 활성화를 위해서 인건비 등 기업부담을 완화하고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근무제 도입을 검토중인 기업을 대상으로 도입애로요인을 물어본 결과, '대체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24.7%), '기존 근로자의 업무가중에 따른 불만'(23.3%), '근무조정, 평가 등 인사관리의 어려움'(22.7%), '적절한 대체인력을 뽑지 못하는 어려움'(14.7%)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한다고 모든 기업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면대면(面對面) 업무방식과 장시간근로관행 등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견기업 A 사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얼마못가 사문화됐다. 상사눈치보기, 다른 직원들의 불만, 낮은 인사평가 우려로 사용하는 직원이 없어서다.
반면 유한킴벌리는 면대면 업무방식을 개선하고 객관적인 인사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기업문화를 선진화한 이후에 재택근무 및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를 성공적으로 도입․정착시켰다. 그 결과 유연근무제를 도입한지 1년만에 매출이 10% 이상 늘었고 매년 대학생들이 취업을 선호하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김인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해 저성장 함정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은 기업문화 선진화 및 유연근무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정부는 제도도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