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주 금융시장의 흐름은 향후 브렉시트가 가져올 충격의 크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이 통제 범위에 있을지, 아니면 발작 국면으로 진입할지 갈라지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의미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24일 전 세계는 세계 금융시장의 심장 뉴욕증시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웠다. 하락은 당연한 것이었고, 낙폭과 장중 주가의 흐름이 관심사였다. 낙폭이 3%대를 넘고, 장 마감이 가까울수록 하락 곡선을 그린다면 추가 급락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일제히 3∼4%씩 급락하며 미국의 나홀로 경기 호전에 힘입어 올 들어 상승했던 지수를 하룻만에 모두 반납했다. 주가 흐름도 장 마감으로 갈수록 낙폭이 커지는 모양새였다.
뉴욕 주식시장의 흐름은 이번 주에도 세계금융시장에 브렉시트 충격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당분간 안전자산인 달러, 엔화, 금 등으로 투자자금이 몰리게 된다. 신흥국의 자본이탈 가능성은 커진다.
우리 금융시장에는 주가 하락, 환률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국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주가에 상당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은 29%로 상당히 높은 편이고, 이중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4%로 미국(39.8%)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여기에 국제 투자자들이 포토폴리오에서 신흥국 비중을 축소하면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취약성을 노출할 수 있다. 위기 때 마다 그랬듯이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은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조선과 해운업종 등의 부실이 심각하고, 가뜩이나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취약한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상승 작용을 일으킬 경우 자칫 심상치 않은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주 우리 금융시장은 브렉시트 충격을 적절히 완충하는 것이 중요하고, 정부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제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주 고비를 넘기게 되더라도 금융시장은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상당 기간 큰 폭의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렉시트와 관련된 대형 변수들의 향배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차기 수상이 누가될지, 영국과 EU간 탈퇴 협상의 진행 과정,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정책, 국제사회의 대응책 등이 주요 변수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연구위원은 "앞으로 달라질 수 있는 많은 상황들이 전개될것이고, 그런 점에서 브렉시트는 금융시장의 장기 이슈라고 할 수 있다"며 "주요 이슈들이 해결돼 가는 과정에서 시장이 안정을 찾기도 하고,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면서 "EU의 탈퇴까지 2년의 기간이 있고, 국제사회도 공동 대책을 내놓을 것인 만큼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연기하고, 주요국들이 대책을 내놓게 되면 빠르게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은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 면에서 매우 양호하고 재정여력도 높은 만큼 대응여력은 충분한 수준"이라며 "따라서, 시장이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안정 문제가 발등의 불이라면 실물 경제는 보다 긴 시계의 문제다.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영향이 드러나겠지만 브렉시트가 유가 하락, 유럽의 경기 둔화로 이어지며 가뜩이나 부진한 실물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구조조정 문제까지 겹쳐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 따라서 추경편성 등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대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