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은 24일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조선소를 찾아 두 업체의 노사 및 협력업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를 마친 이 장관은 기자들에게 "노조도 아직 파업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는만큼 이 시점에서 파업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며 "노사 당사자가 협력적인 구조조정을 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3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울산 현대중공업을 찾아 "파업을 하지 않아야 한다.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파업 결행을 할지 안 할지 두고 본 뒤 (특별고용지원)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대신 이 장관은 파업전야에 서있는 조선소 원청업체 노조에게 "구조조정에 협력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미 상당수의 물량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실직해 고통이 큰 만큼 협력업체에 대한 원청의 배려가 필요하다"며 대기업 원청 노조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들은 조선3사 원청은 고임금을 받는 반면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실업사태가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연간 실업급여 수급자가 127만명인 상황에 유독 조선업만 특별고용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형평 문제가 제기될 정도"라며 은근히 압박했다.
아울러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선 등 노사의 자구노력에 대한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분명히 각인되야 한다"며 "협력적 구조조정이 퇴직을 줄이고 재고용을 서두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노조의 협조를 재차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정부가 대화는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우조선해양 현시환 노조위원장은 "조선소의 자금 회전을 돕고 산업현장을 안전시켜야 할 정부가 있는 일자리마저 뺏고 있다"며 "도움은커녕 자금줄을 조르고 기업과 노동자 목에 칼을 드밀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노조가 연대해 공동연구까지 진행한 결과 조선산업은 결코 사양사업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다"며 "단기간 어려움만 극복하면 되는데 언론과 정부가 불안심리를 부추겨 일자리를 떠나는 노동자가 속출하고, 결국 조선산업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위원장은 "임금 삭감이나 시설축소, 인원감축을 강행하며 실업대책을 거론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일하도록 노사에 맡기고, 자금 회전의 어려움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삼성중공업 변성준 노동자협의회장도 "흔히 '말뫼의 눈물'을 이야기하는데, 실패의 교훈이 아닌 조선소 미래를 위한 희망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미 삼성 노사가 1000여명 희망퇴직과 임금 동결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놨는데, 뭐 하다 이제야 왔느냐"며 이 장관을 힐난했다
김수복 삼성 협력사협의회장 역시 "바다가 없어지지 않는 한 배를 만들 수밖에 없는데도 정부의 구조조정 강도가 너무 세다"며 "실제 배 생산의 90%를 맡는 협력업체와도 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들은 "하청업체의 어려움을 핑계로 벌이는 '정규직 때리기'를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현 위원장은 이 장관에게 현장 작업 사진을 건네며 "근속 25년 노동자의 기본급이 년 2400만원이 전부고, 상여금을 포함해도 4천만원이 안된다"며 "잔업·특근 등 월 30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데 '성과금 잔치' 운운하며 노동자를 매도하는 것이 정부나 언론이 할 일이냐"고 비판했다.
변 협의회장 역시 "원청은 혜택받고 하청만 고생한다지만, 꾸준히 협력업체 처우를 개선해왔다"며 "휴가, 상여금, 선물도 똑같이 받고 임단협도 함께했는데 엄청반 차별을 벌인 것처럼 매도하지 마라"고 강조했다.